보호 종료 앞두고 자립 준비 ‘막막’
장애아동, 종료 후 입소할 시설 부족
경계선 아동, 취업 어려워 사각지대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겉으로는 비장애인과 똑같고 일상적인 대화도 되는데 문제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래서 직장에서 긴 시간을 근무하기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혼자 먹고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전지역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 중인 A(20) 씨는 올해 보호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는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처럼 1인 거주 시설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입소 가능한 장애인 시설을 알아보던 A씨는 최근 몇 군데 시설 면접을 봤다. 만일 시설에 입소하지 못하면 만 24세가 될 때까지 기존에 생활하던 양육시설에서 더 머무르는 방법뿐이다.

A씨를 보호하는 해당 양육시설은 올해 들어 4명의 비장애 보호종료아동을 내보냈으나 장애인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게 되는 A씨의 향후 거취와 자립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시설 관계자는 “통합보육 체재로 전환되면서 아동양육시설에서 장애 아동들도 함께 돌보고 있는데 장애인 시설이 아니면 갈 곳 없는 처지가 된다”며 “시설에서 도맡아 자립 교육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홀로서기를 앞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책이 속속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설 밖이 두려운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경계선 아동들이다.

보호종료가 되면 대부분 장애인 시설에 입소를 하는데,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으로 장애인 시설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지원되는 거주 시설·생활비 등이 지원되더라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탓에 사실상 온전한 자립이 안 되는 실정이다.

특히 지적장애와 정상 지능 대비 중간 지능 수준을 보이는 ‘경계선 아동’들은 정식 장애 등급이 나오지 않아 온전한 자립도, 시설 생활도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있다는 호소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아동이 원할 경우 기존 만18세에서 만24세까지 양육시설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동 당사자가 원할 경우에만 시설에 잔류하게 돼 당장 홀로서기가 어려운 경계선 아동이 시설 퇴소를 희망해도 보류할 방법이 없는 것.

일각에서는 아동에게만 맡겨진 자립 결정권을 두고 자칫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보호망이 뚫릴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아동복지계 관계자는 “시설 선생님들 시각에서 보호가 더 필요해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퇴소시킬 수밖에 없다”며 “자립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아이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협의체를 통한 논의와 더불어 자립만을 돕는 전담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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