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인사기사 작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사에는 항상 불만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다. 잘못된 인사를 했다면 인사권자가 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럼에도 지난 칼럼을 쓴 이유는 인사의 폐해가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까지는 다소 흠이 있어도 승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관리자와 옆 동료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관리자는 다르다. 상급자는 다른 공간에 있다. 같은 공간내에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고,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 맡은 분야가 일부 지역이든, 정책이든 누수가 불가피하다.

지난 칼럼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 많은 전화, 문자, SNS가 왔다. 청주시청 내부 메신저가 분주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그만큼 청주시 인사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지역 지자체의 지인에게도 연락이 왔다. 공직사회 인사는 청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칼럼에 등장한 인물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은 당혹스러웠다. 칼럼의 목적은 인사시스템 개선이었다. 목적과 달리 흥미 위주로 소비된 것은 글을 잘 못 쓴 탓이다.

보람을 느낀 반응도 있었다. 자신이 어느 유형에 포함되는지 반성했다는 분이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는 분, 청주시 인사가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격려도 있었다. 어느 관리자는 “문제가 있는 직원은 자신이 맡은 업무 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언론보도도 보지 않는다. 부서내 직원에게 직접 출력해서 보여줄 생각”이라는 연락도 왔다.

반론도 있었다. 간접적으로 “업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직원들이 줄줄이 휴직했겠냐”라는 것이다. 2019년 청주시 민간공원개발팀의 평균 퇴근 시간은 주중 오전 3~4시, 주말 오전 1~2시였다. 정책 추진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했다. 2020년 예산안은 5차 추경까지 이어졌다. 이 정도면 예산팀은 1년 중 절반은 사무실에서 밤을 샌다. 두 팀 모두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업무 강도가 휴직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칼럼을 특정부서에서 사주했다는 설이 돌았다고 한다. 할말이 없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일 뿐이다.

인사와 함께 청주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음해다. 인류가 단체생활을 한 이래 조직 내 음해가 없던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공직사회에서 청주시로 전입 온 공무원들의 이야기로는 청주시가 유난히 심하다고 한다.

청주·청원 통합 후 특히 음해가 심해졌다는 의견도 많다. 통합 후 조직 내 갈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업무능력이 우선되는 명확한 인사기준이 없는 틈이 음해가 끼어들 여지를 줬을 것이다. 통합 후 청주시는 분명 발전하고 있다. 연구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다. 더구나 청주·청원 통합은 헌정 사상 최초의 주민 주도 통합이고, 청원군의 주민투표로 결정됐다. 절대적 정당성을 확보한 통합에 대한 불만은 시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청주시 출신이든, 청원군 출신이든 불만은 있다. 불만의 이유에 합당한 면도 있다. 하지만 따지자면 끝이 없다.

업무능력이 탁월한 공무원은 남들을 음해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관리자는 성과로 평가 받는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역량을 갖춘 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역량을 갖춘 직원은 여러 부서의 콜을 받는다. 이 판을 뒤집고 싶은 이들이 패거리를 만들고 앞 선 사람을 끌어내린다.

이 문제는 고위관리자급이 해결해야 한다. 음해하는 공무원을 배척하고 보다 업무 중심의 인사를 해야 한다. 독버섯은 미리 잘라야 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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