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한 청주시 간부공무원의 인사가 있었다. 일선 행정기관에서 기록적인 최단기간 재직 후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간부공무원은 이동 전 짧은 재임기간 동안 수 많은 ‘레전드급’ 일화를 남겼다. 덕분에 상급기관에 부하직원들의 인사상담이 빗발쳤고, 주민들의 원성도 높았다. 그리고 이 간부공무원이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또 다른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이 아닌 문제 있는 공무원이 20~30명의 선배 승진공무원들을 제치고 ‘문책성 영전’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간부공무원이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됐던 바다. 중간관리자로 근무하면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 간부공무원은 동일 직급 동기들과 비교해 늦지 않게 관리자가 됐다. 청주시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의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단 연공서열이 지나치게 중시된다. 공직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직무능력 등이 인사에 고려는 된다. 단 전보까지다. 승진은 연공서열 순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힘든 자리에 불려가 고생하는데 과실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도 따 먹는다. 승진을 위한 최고의 미덕은 ‘보신’이 되게 하는 시스템이다.

간부공무원들과 인사부서의 무책임도 원인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 문제의 간부공무원은 중간관리자일때부터 정상적 업무는 고사하고 부하 직원들과도 마찰이 잦았다. 당연히 상급자나 인사부서도 간부공무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공무원이라도 대부분 본인은 모른다. 그리고 승진은 원한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승진되지 않으면 당연히 항의를 한다. 상급자와 인사부서에서는 항의에 따른 마찰을 피하기 위해 ‘좋은게 좋은대로’ 근무평정을 하고 문제 없이 통과됐다.

이 간부공무원의 앞으로 보직경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민업무도, 조직관리도 맡길 수 없다. 다른 기관과의 교류나 파견은 해당 기관에서 받을리가 없다. 남은 카드는 장기교육 뿐이다.

이 같은 인사 참사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팀 정원보다 많은 부하직원들을 휴직에 들어가게 한 중간관리자가 간부공무원이 됐다.

한 청주시 중견 공무원의 말이다. “젊은 공무원들이 저렇게 근무해도 사무관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통합 청주시 초대 기획팀장이 있었다. 어수선한 통합 초기 분위기에 격무에 시달렸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뒤따랐을 것이다. 그에게 암이 찾아왔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기획팀장이라는 중책에서 벗어나 보다 쉬운 보직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치료와 업무를 병행하며 그는 끝내 승진에 성공했다. 불행히도 병마는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병상에서 의식을 차리지 못한채 사무관 임용장을 받았고 곧 숨을 거뒀다.

누군가에게 ‘사무관’은 목숨을 걸고라도 도전해야 할 가치와 무게를 가진 자리다. 또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근무해도’ 달 수 있는 자리가 됐다. 같은 직급을 놓고 이런 불균형이 발생한 걸 ‘관운’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상식대로 하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승진해야 한다. 그렇지 못 한 사람에게는 불이익이 가야한다. 그게 ‘공정’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시 조직에 왜 활력이 떨어지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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