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필자는 별자리로 미술작품을 하는 사람이다. 2000년 고구려 사신도를 입체로 만들었는데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모두 별자리를 7개씩 몸에 박고 있었다. 그 후 필자의 작품에는 줄곧 천문이 등장한다.

서산 가야산 자락 한서대학교 뒤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숙소에는 필자를 포함 20여 명의 교수와 학생들이 묵고 있다.

‘햇살처럼 따뜻하고 바람처럼 부드럽게 살자’는 문구가 사람을 맞는 이 곳 ‘청명하우스’의 주인장인 문일수 아주머니는 언제나 밝게 웃고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한다.

누구에게든 집 앞 텃밭에서 힘들여 키운 상추, 부추, 쑥갓, 호박 등을 언제든 뜯어먹으라 하고 집주위에 심어놓은 무화과를 비롯해 온갖 과일나무의 열매들도 마음 놓고 따 먹으라 한다. 어떤 때는 아예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방문 손잡이마다 비닐봉투 한 가득 먹을 것을 걸어 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숙소의 방값도 엄청 싸게 받았다. 위치가 좀 떨어져 있고 시설이 낡기는 했지만 주위의 집들에 비해 반값도 받지 않고 심지어 내려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필자는 얼마간의 돈을 절약하고 마음의 쪼들림을 덜 수 있었다.

작고 낡은 숙소 가격을 싸게 받고 몇 푼 내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을 위해 나의 이익을 줄인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100원 하나라도 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집값폭등이다. 단순한 집값 상승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절망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괴이한 현상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도 원인이겠지만 탐욕스런 이들의 농간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덩달아, 오른 시세만큼 집세를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은 일상이 되었다.

필자는 경제학자가 아니어서 부동산을 잘 모르지만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문일수 아주머니처럼 자신의 욕심을 억제하는 보통의 분들을 영웅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이들의 선한 청명함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얼마 전 아주머니가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나셨다. 코로나 때문에 문상도 다녀오지 못했다. 평소에 그분이 가꾸시던 무화과나무는 너무 슬펐는지 죽어버렸다가 뿌리부분에서 간신히 싹이 나 다시 자라고 있다. 그리고 청명하우스도 주인이 바뀌었는데 새 집주인도 심성이 청명해 보인다. 넉넉지 못한 필자에게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별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분의 영혼도 지금쯤은 하늘의 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늘에는 영웅의 별도 있으나 이름 없는 별들이 더 많다. 이름 없는 별이 된 선한 이의 영혼들 때문에 이 세상이 유지되고 있지 않을까? 부족한 재주로나마 그 분께 송덕의 글을 올릴 수 있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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