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운영 학교 교사 대상 설문조사
수업↑… 전공 무관 과목 담당 부작용
쉬는시간 교실 이동으로 시간 뺏겨
현행 입시제도와 괴리 커… 대책 필요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이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연구·선도학교 교사 대다수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따르면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분회장(담당자) 548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검토 및 문제점 개선 필요’ 65.8%, ‘반대’ 26.8%로 집계됐다.

10명 중 9명이 고교학점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부터 모든 일반계고에서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교육 방식이다.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교사들은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학생 수요에 맞춰 과목이 늘어나면서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수업의 수도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번 전교조 조사에서 응답자의 34.7%가 ‘전공과 관련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대전 A고교 교사는 “맡은 과목이 늘면 수업뿐 아니라 평가, 생활기록부 기록 등도 해야해 업무가 배로 는다”며 “다른 학교에는 역사 전공 교사가 철학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고교학점제 탓에 ‘학생상담과 생활지도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는 응답도 58%에 달했다.

학생들은 쉬는시간 과목마다 다른 수업교실로 이동하느라 바쁘고 교사들은 늘어난 업무로 바쁘다 보니 수업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부족한 학급시간은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통해 확보하려 하지만 이때도 성폭력예방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같은 법정 의무교육을 해야 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역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전 A고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동수업이 많아 지쳐요’, ‘진로도 안 정했는데 진로과목을 골라야 해 난감해요’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누구를 위한 고교학점제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현행 입시제도 아래에선 고교학점제를 취지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성적순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구조상 아무리 다양한 과목을 준비해도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와 현행 입시제도의 괴리로 학생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수능의 자격고시화 또는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등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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