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미 ETRI 미래원천연구본부 기술실무원

해리포터 영화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연회장의 천장은 마치 뻥 뚫린 것처럼 하늘이 보인다. 반짝이는 은하수는 물론, 눈, 비, 구름을 마법으로 구현해 바깥의 기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집 천장에도 이렇게 멋진 마법을 걸고 싶지만 머글인 우리에겐 지팡이가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마법사들에게 없는 과학기술이 있지 않은가?

지금 널리 보편화된 LCD TV나 OLED TV는 천장에 마법을 걸 수 있을 만큼 화면을 크게 하는 것에 많은 제약이 있다.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커질수록 공정의 난이도와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LED는 작은 LED 모듈 디스플레이를 이어서 큰 화면을 구현하는 모듈러 방식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특성에 맞게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로 설치할 수 있다.

늦은 밤 집안을 밝히는 불빛이 백색의 LED 조명이 아닌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가 만들어낸 별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마이크로LED가 넘어야 할 수 많은 산들 중 하나를 오르는 중이다.

머리카락 지름보다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LED를 디스플레이 패널에 ‘옮겨 붙이는’ 공정과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에 그와 관련된 성과가 여러 매체에 소개됐는데, 본지를 빌어 연구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작년 겨울 마이크로LED 2만여 개를 한 번에 옮겨 붙이는 실험을 할 때였다.

실험이라는 것이 원래 시행착오는 기본이고 반복은 옵션이다.

며칠 간의 씨름 끝, 환하게 빛나는 마이크로LED 불빛에 팀원 모두가 박수를 치고 난 후였다.

이번에는 소재의 유무에 따른 결과를 비교해보고자 우리가 개발한 소재 없이 접합해 보았다.

그런데 전혀 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마이크로LED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기판 위에 접합됐다. 우리 소재가 없어도 가능한 건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분석을 해보면 어딘가 차이가 있을 거라 믿으며 점등 테스트를 해 보았다. 그 결과 싱겁게도 해당 샘플은 분석은 고사하고 제대로 점등조차 되지 못한 채 깨져버리고 말았다. 원인은 마이크로LED와 기판 사이 접합부의 높은 저항 때문이었다.

확연한 차이는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내 어깨에 뽕(‘패드’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도 넣은 듯 자부심을 얹어주었다.

안되던 것을 되게 만드는 순간은 즐겁다.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은 설레기까지 한다. 우리 연구팀의 성과를 듣고 찾아오는 기업들의 수를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중소기업부터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체와 실험을 하고 기술협의를 했다.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찾아온 이들의 새로운 샘플을 마주할 때마다 ‘일이 또 생겼구나’가 아닌 ‘재미있겠다!’하는 생각부터 들었다.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기대돼 매주 월요일에 있는 과제 회의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연구가 재미있고 실험이 즐거우니 마이크로LED의 미래를 그리는 것 역시 신이 난다.

공정의 간소화부터 시작해 비용을 현실화하고 난제를 해결해가다 보면 마이크로LED가 앞으로의 첨단 기술들과 결합해 진짜 마법을 부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호그와트의 천장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유상 옵션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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