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디지털화,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
다만 일각선 ‘소비의 소외’ 발생한다 지적도
전문가 "현금, 전자결제 병행 필요"
충분한 시간 가지고 '현금없는 사회' 정착해야

9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노브랜드 매장이 카드결제만 가능한 '현금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노브랜드 매장이 카드결제만 가능한 '현금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대전지역에도 일명 ‘현금 없는 매장’이 점차 늘고 있으나 현금 사용이 꼭 필요한 일부 취약계층 사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소비의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금결제 병행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9일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이마트 노브랜드 대전둔산점이 지난 3월 22일부터 현금 없는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지난 7일부터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현금 없는 매장에선 대면 결제 시에도 모바일페이, 신용카드 등 전자화폐로만 결제할 수 있다.

실제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디지털 화폐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 2018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및 서비스 구입 시 현금 결제 비중은 19.8%에 불과했다. 매장에서 결제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5명 중 1명인 셈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결제 수단이 늘면서 현금 사용이 더욱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의 연간 1만원권 발행액은 △2016년 13조 4000억원 △2017년 12조 2000억원 △2017년 9조 7000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신용‧체크‧선불카드 등 일평균 카드 이용실적은 △2018년 상반기 2321조원 △2018년 하반기 2412조원 △2019년 2457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9일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카드결제만 가능한 '현금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카드결제만 가능한 '현금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애인 등 일부 계층은 아직도 현금을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 현금 없는 매장이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적장애 아동 중 일부는 카드 계산 시 본인이 얼마를 소비하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현금 결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도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업무가 서툴러 여전히 은행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단계적인 디지털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전지역 한 특수학교 관계자는 “일부 지적장애 아동은 소비금액 확인을 위해 어릴 때부터 현금결제 교육을 받는다”며 “소수지만 일부 계층이 소비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현금결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전자결제가 현금결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으로 사용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대학의 한 교수는 “전자결제가 일반인들에겐 편리하겠지만 반대로 디지털 결제가 익숙지 않은 소외계층에겐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전자결제 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무조건 현금결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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