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9%, 인상분 단가 미반영
최저가낙찰제 등 경쟁 부른 탓
제도 개선·보호대책 도입 시급

산업현장 원자재 가격 변화 비교. 그래픽=김연아 기자
산업현장 원자재 가격 변화 비교.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도 ‘요지부동’인 납품단가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거래처나 일감이 끊길 걱정에 납품 단가의 현실화를 요구하기 어렵고, 심지어 공공기관마저 최저가 경쟁입찰을 이유로 소위 ‘단가 후려치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에 따르면 지역 중소업체들의 경영애로사항은 인건비 상승(55.2%), 원자재 가격상승(45.5%), 업체간 과다경쟁(44.3%)순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경영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싶어도 대기업이나 원청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오히려 최저가 경쟁입찰 등으로 업체들은 ‘제 살 깎아먹기’ 출혈·과다경쟁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박영국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부 공공기관들까지 최저가 공정 경쟁입찰을 내세우면서 산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04년 폐지된 ‘원가 경쟁’의 단가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별 기업들에게 단가 산출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업체들의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58.7%가 재료비 등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업체간 저가수주 경쟁 심화(27.8%), 발주처의 과다경쟁 유도(24.4%),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과다경쟁(19.3%)순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경영상황이 악화될수록 업체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납품단가는 십 수년째 제자리인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충묵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은 “원자재값 상승에도 합리적인 납품단가를 인정받지 못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영세 업체들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최저가낙찰제 유도 조항 개선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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