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짧아서, 학교 안이라… 안전 안 쓰는 무법자들
충남대·둔산동 이용 실태 파악
한 두명 제외 ‘안전모 미착용’
대다수 법 개정 알아도 ‘무시’
“대학 내에선 안 써도 괜찮다”
일부 잘못된 정보 주장하기도
업체 안전모 제공… 도난 ‘허다’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법 바뀐 건 알고 있죠. 다만 짧은 거리 이동하는데 굳이 헬멧 쓸 필요가….”

28일 오전 10시 충남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만난 김모(26) 씨는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를 주차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몇 분 전까지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 위에서 행인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며 킥보드를 운행 하던 터였다.

김 씨는 “안전모 착용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개인적으로 구매한 안전모도 없어서 착용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달이 지났지만, 거리 곳곳에는 안전모를 미착용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무한 질주를 벌이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법이 개정된 사실을 알고 있으나 일부 킥보드 이용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잘못된 정보로 안전모 착용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 28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자전거도로에 전동킥보드 안전모가 방치되어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 28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자전거도로에 전동킥보드 안전모가 방치되어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위반 사항에 관한 전국 통고처분 건수는 모두 2245건이다.

위반 행위 별로는 기타 항목으로 분류된 ‘안전모 미착용’이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과 신호위반, 보도 통행이 뒤를 이었다.

실제 이날 충남대학교·둔산동 일대 등을 찾아 전동킥보드 이용 실태를 파악한 결과, 한 두명을 제외한 모든 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10시경 충남대 단과대학 앞에선 몇몇 대학생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 위에서 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장소에선 킥보드 이용자들이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등 보행자 뒤에서 급하게 외치거나, 소리없이 지나가는 킥보드에 깜짝 놀라 옆으로 비껴서는 보행자의 모습이 빈번히 연출됐다.

이들 중 대학생 이모(24) 씨는 “법이 개정된 건 안다”라면서 “그런데 대학 내에서 안전모는 착용 안 해도 된다고 알고 있다”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심지어 이 씨 외에도 안전모 미착용 상태로 킥보드를 타던 학생 7명에게 “법 개정안을 아느냐”라고 묻자 모두 “알지만 학교 내에선 괜찮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 적용된다. 대학 내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달여가 지났지만 이같은 잘못된 정보가 여전히 사실처럼 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2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교내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에서 시민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고 있다.
▲ 2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교내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에서 시민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고 있다.

업체들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만연한 안전모 미착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체적으로 안전모 제공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도난 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날 오후 1시경 찾은 유성구 전민동의 한 자전거 도로에선 킥보드는 온데간데 없고 킥보드에 구비돼있던 안전모만 달랑 안전봉에 걸려 있는 모습이 일부 포착되기도 했다.

인근을 지나던 김모(20) 씨는 “안전모를 달아놔도 무책임하게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당국과 업체들이 아무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도 결국 시민의식이 발목 잡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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