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삶의 무게’ 기자들이 조금이나마 짊어져 보았습니다

[권기자의 식당 아르바이트 일일체험]
사장님 “인건비 탓 키오스크 설치… 직접 배달도”
12시 훌쩍 지나서야 첫 손님… 고마운 마음 왈칵
손님 너무 없어 저녁 시간까지 있기 민망할 지경

▲ 궁동의 한 국밥집에서 테이블 정리를 하고 있는 권혁조 기자. 사진=이진규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상권 다 죽었어요, 학생들이 학교를 안 오는데 무슨 수로 버텨요?”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 위주로 학사일정을 진행하면서 대학가 식당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10일 대전지역 내 대학가 최대 상권을 이루고 있는 유성구 궁동 거리는 이른 오전 시간 한산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감도는 모습이다.

대학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몸소 느껴보기 위한 식당 섭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식당 수 자체가 믿기 힘들 만큼 줄어 있었고, 대부분의 식당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무인 주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손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동에서 4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김 모(41) 씨는 “올해는 그나마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나와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코로나 이전이랑 비교해 매출은 반의 반 수준”이라며 “주말이나 방학은 수요 예측이 가능한데, 코로나는 아무것도 대비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고, 직접 배달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가 어렵사리 승낙해준 일일 아르바이트는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으면서 시작됐다. 주문부터 결제, 물, 반찬까지 다 ‘셀프’로 손님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 자리마다 붙어있는 번호표를 확인하고 음식만 갖다 주면 돼 크게 어려운 점도 없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인 12시가 가까워오고 있었지만 아직 가게를 찾아온 손님도, 배달 주문도 없어 김 씨와의 대화만 이어졌다.

“코로나 이전 점심시간은 11시경부터 손님이 오고, 평일은 2~3번 가게 회전이 됐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개시도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배달로 버티고 있는데 배달수수료랑 이것저것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000~2000원 수준이라 임대료 내기도 어려워 빚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때론 쓰디쓴 헛웃음으로, 때론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늘의 첫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 씨의 하소연과 텅 빈 가게의 적막감에 불과 몇 시간만에도 상인들의 어려움이 느껴지다 보니, 가게를 찾아 준 손님이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은 키오스크에서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주방에도 오늘의 첫 음식이 조리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서 첫 서빙을 실시하는 데 3명의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12시 반이 가까워지자 배달 주문도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찬과 물은 셀프서비스지만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기자가 직접 손님 테이블에 물과 반찬을 갖다 줬다. 사실 한참 정신없이 바빠야 할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여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첫 번째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설 무렵 외국인 손님 2명이 들어왔다. 이후 한 두 명씩 식사를 하러 손님이 왔고, 이 날 두 시 무렵까지 식당을 찾은 손님은 총 8명이었다.

배달 5건을 포함해 점심시간 10만원도 안 되는 매출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저녁시간까지 대학가 식당가를 체험하는 것이었으나 더 이상 식당에 머물러 있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김 씨는 “점심시간이 이 정돈데 저녁시간에 손님이 있겠느냐”며 “방학도 코 앞이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곧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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