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주민 조례 직접발의·감사청구 등 가능
실질적 주민자치 기반 빠진건 옥의 티
시범운영 자치경찰제 성공 정착 관건
경찰·지자체 갈등 조율하는 게 중요

▲ 이춘희 세종시장
▲ 양승조 충남지사
▲ 허태정 대전시장
▲ 이시종 충북지사
▲ 자치분권 비전 상호비교표. 자치분권위원회 제공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 32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지난해 12월 32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치분권2.0’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전에 없던 자치분권 권한 강화’를 내세운 새로운 지방자치법 시행이 반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권의 집행기관을 비롯한 집행기관의 감시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까지 변화가 기대된다.

지방자치법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전부개정안 의결에 이어 지난 1월 5일 국무회의 통과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등 국정 목표 달성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지방자치의 제도적 틀로 작용, 기존 지방자치 제도의 불완전성을 대폭 보완하면서 자치분권의 새 시대를 선도할 예정이다.

전부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른 대표적인 변화는 주민의 조례 직접 발의를 비롯한 주민 투표, 주민 감사 청구 등 주민 권한의 강화다.

과거 지방자치 부활에 무게를 뒀던 ‘지방자치1.0’의 경우 지방분권 이양에 치중해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됐던 반면 ‘자치분권2.0’은 주민중심 주민자치를 핵심으로 한다.

충청권 각 시·도는 이 같은 자치분권2.0 대비를 통한 자치분권 실행 수준이 향후 지역 경쟁력 확보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자치경찰제다.

기존 국가 중심 치안행정이 생활안전 등 충청권 각 시도별 특성을 반영한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치경찰제로 바뀌면서 각 시·도의 자율성과 다양성, 책임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대표 사례라고 충청권 4개 시·도는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자치분권2.0의 완전한 안착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치분권이 중앙으로부터의 이양 수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지방교부세 조정 등 재정분권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우선으로 꼽힌다. 지자체 또한 주민 주권 향상을 위해 관련 조례의 제·개정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 또는 보완해야 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 간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주민자치’ 주력하는 충청권 지자체,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

그동안 중앙정부의 사무 이양 등 '지방분권'에 주력해온 충청권 지자체가 이제는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한 '주민자치'에 집중하고 있다. 자치분권 2.0시대 개막에 따라 앞서 선행돼온 '지방분권'과 더불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핵심으로 한 '지방자치'의 동반 실현을 위해 질 높은 민원행정 서비스 제공, 다양한 소통창구의 마련 등을 통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는 민선 7기 슬로건으로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를 선정하는 등 시민 주권을 시정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세종시는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실현으로 시민이 스스로 정책에 참여·결정해 실현하는 세종형 자치분권 모델 완성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도 읍·면 동장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운영하는 등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 학계와 시민사회 등은 자치분권2.0의 기반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실질적인 주민자치 기반이 빠진 부분을 개선 과제로 꼽고 있다.

지방자치의 실제 수요자인 주민이 적극 참여하는 구조가 누락 되면서 다수의 관련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 설치 운영과 기능, 행정·재정 지원 근거 등 규정이 지방자치법에 추가로 포함됨으로서 여전히 시범사업 형태로만 남아있는 주민자치회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전에선 ‘자치분권 시대 새로운 지역 거버넌스 모색’을 주제로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공동기획학술회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자치분권의 필요성과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주목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분권화된 지역에서 효율적인 행정과 투명한 방역을 통해 위기 전이를 막았고 동시에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면서 협력해야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진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 부활 30년의 성과와 과제:자치분권 2.0의 발전적 설계’ 발표를 통해 자치분권의 최종 목적은 ‘주민행복’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건강한 지방자치, 지방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 지방자치를 정치적 권력의 활용대상의 수단적 가치로부터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진정한 민주화, 공동체정신으로 성숙된 주민의식과 이에 기초한 지방정부의 역량강화를 토대로한 자치분권의 실익이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세종시, 충남도가 시범운영 중인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정착도 자치분권 2.0시대의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자치경찰제는 주민안심 지역사회 실현과 지역민생 치안 책임행정 등을 목표로 오는 7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찰 측은 생활안전·경비 업무 확대로 인한 치안 공백, 자치경찰 사무의 범위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있고 지자체는 자치경찰 인사권 확대와 자치경찰 사무를 조례로 명시할 것 등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갈등이 상존하고 있어 이번 시범 운영 기간 동안의 갈등 조율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통한 자치분권 실현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권력을 시민들과 어떻게 나누는지 학습이 부족했고 현재는 이 과정들을 실행해나가는 단계에 와있다"며 "현재로선 주민들이 이로인한 효능감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치분권에 대한 지지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자치 과정에서 주변의 환경이 달라지고 내가 사는 곳이 변화하는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면 지자체가 요구하기 전 시·도민들이 먼저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가장 큰 지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어나기까지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유영 기자 yy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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