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삶의 무게’… 기자들이 조금이나마 짊어져 보았습니다

[박기자의 사우나 아르바이트 일일체험]
“온탕은 물 먹는 하마” 사장님의 ‘웃픈’ 농담
마감 전까지 30여명 발길… 손님 80% ‘줄어’
목욕탕 내 세신사·이발소마저 임시휴업 상태

대전 동구의 한 사우나에서 목욕탕 청소를 하고 있는 박현석 기자. 사진=송해창 기자
대전 동구의 한 사우나에서 목욕탕 청소를 하고 있는 박현석 기자. 사진=송해창 기자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남는게 없고 손님도 끊겨서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 5일 대전 동구에 있는 한 사우나.
입구에서부터 기자를 맞이한 사우나 사장은 텅빈 신발장을 가리키며 손을 내저었다.

취재진은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 1일 알바생으로 취업해 이곳을 찾았다. 최근에도 지역에선 목욕탕발 연쇄 감염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목욕장업이 그 어느때보다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 기자가 목욕탕 섭외를 위해 20여군데 전화를 돌렸는데 이중 절반가량은 전화가 닿지 않았다. 경영난으로 폐업했거나 임시휴업에 들어갔을 것이란 게 이곳 사장의 얘기다.

영업개시 후 1시간째 손님이 없어 자연스럽게 사장과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전 모(58) 씨는 "사우나는 물값, 전기요금, 그리고 가스비가 크게 들어간다"며 "매달 고정비로 나가는 지출은 큰데 비해 코로나로 인해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사실상 매달 적자만 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전 사장은 손가락으로 어깨너머 온탕을 가르키면서 물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고 웃픈(웃기고 슬픈) 농담을 건넸다.

갈수록 손님은 줄지만 매일 일정량의 뜨거운 물을 계속 채우고 빼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우나 한켠 벽면에 걸린 시계의 짧은 초침이 약 반바퀴 돌때쯤 2명의 남자 손님이 반갑게 문을 열어제꼈다. 단골이란 이들은 운동을 마치고 이곳에 들렸다고 했다.

A 씨는 "코로나로 인해 감염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않냐"며 "솔직히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이용하면서 힘든 자영업자들에게도 힘이 되자는 취지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약 20~30분가량 짧게 욕탕에 몸을 담군 후 샤워를 마치고 사우나를 떠났다.

이후에도 영업마감 전까지 남탕에는 약 10여명의 손님이, 여탕에는 20여명의 손님이 오갔다.

코로나 전후 대비 약 70~80%가까이 손님이 줄었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다.

전 사장은 "동네 목욕탕이다 보니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따로 없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엔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왔고 서로 자식자랑, 사는 이야기를 탕속에서 오고가며 나눴다"고 회상했다.

목욕탕에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세신사와 이발사들 역시 울상이다. 이미 사우나 내 이발소는 한달 전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곳에서 일하는 세신사 B 씨는 "손님과 달리 직원들은 마스크를 항시 착용해야 하는데 탕 내 습기 때문에 숨쉬기도 어렵다"며 "목욕탕 종사자들은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지만 손님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 사태가 끝나지 전까지 다시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업을 종료하고 탕 내 물을 빼면서 마감 청소를 시작했다. 사실 손님이 없었다 보니 특별히 정리할 것도 없어보였다.

탕내 물도 깨끗했고 몇몇 샤워기를 제외하곤 물때조차 묻지 않은게 다수였다.

사장은 얘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얼른 들어가보라며 기자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면 아마 2년동안 묵힌 때를 벗기러 많은 손님들이 올거라 생각한다"며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목욕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소상공인들이 어깨를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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