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진로진학부장

진로박람회에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진로 희망을 물으니 망설임 없이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물으니 “안정적이잖아요”라고 한다. 부모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로와 직업관이 내면화된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적성에 맞거나 좋아하는 것보다 안정성과 보수를 중심으로 진로를 설계한다면 과연 삶이 행복할까? 학생들이 교사, 공무원, 의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한참 꿈 많은 시기에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직업 관련 행복관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사회적 지위, 보수, 근무 여건 등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7년부터 매년 진로교육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희망직업은 교사가 1순위에서 2020년에는 운동선수, 의사보다 뒷순위인 3위지만 중·고등학생은 줄곧 교사가 1위다. 교육자 입장에서 싫은 결과는 아니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매니저, 과학자, 엔지니어 등이 상위에 있다. 희망직업 상위 10위까지의 누계 비율이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여서 희망직업이 다양화되고 있음은 긍정적이다.

중학생의 희망직업을 알게 된 경로 설문(3개까지 복수 응답) 결과는 부모·가족 42.7%, 커리어넷 42.6%, 친구 28.5%, 인터넷·동영상 26.9%, SNS 24.8% 순이다. 부모의 직업관이 자녀의 직업관과 진로의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래에 대학 졸업과 취업, 결혼 연령도 늦춰지고 있으며 미래 사회는 직업이 다변화하고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부모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자녀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자. 위험과 실패가 두려워 피하지 않도록 모험도 감수하게 격려하자.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미래의 관점에서 길게 보고 자녀의 행복을 중심에 두자.

진로선택의 첫 단계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분석을 통해 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지를 알고,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적성을 파악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등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다음은 환경 변화와 현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진로 설계다. 그래야만 최선의 직업 선택과 행복한 삶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 다양한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 기회도 많이 주자.

봄이면 곰취를 보내오는 제자가 있다. 25년 전 고3 담임으로 만난 제자다. 전문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후 영양사로 취업했다. 다소 어린 나이에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4년제에 편입해 조리기능장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책도 쓰며 대학 강단에도 선다. 부모와 선생님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렇게 응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는 반면에 공부 잘한다고 과도한 기대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된 삶을 사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인간은 여러 번 다시 태어난다.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고 했다. 자녀 교육! 길게 멀리 보고 모험도 감수하도록 꿈을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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