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벌써 일 년의 절반인 6월이다. 지난 반년 간 아쉬웠던 일들은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이하고 있다. 6월은 푸른 잎으로 가득하고 햇살과 꽃들처럼 싱그러운데 내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매일 보는 산이지만 볼 때마다 다르다. 매일 사는 삶이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다. 사람이 매일 잘 살아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사는 것도 재미없는 삶이지만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불쌍한 삶일 것이다. 물질에 민감한 삶은 탐욕으로 이어지고 또 그런가 하면 세상과 떨어져 있으면 철학 없는 고독으로 때로는 나태한 삶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어디에 살든 핑계의 단수만 높아 가고 탐욕적 본성은 나를 비롯해 떠나질 않는다.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준 아픔과 상처는 내손에 박힌 작은 가시보다 못하고 내 목에 걸린 작은 생선가시는 대못처럼 심장을 파고든다. 산다는 건 매일이 실전이지만 나는 매일 연습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내가 살아가는데 원칙은 있다. 이해관계가 다를지라도 사는 일은 경험이기에 사람을 믿고 따를 때는 믿음으로 대하고 지지해 준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보여졌을 때는 용기도 필요한데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나에게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보여준다. 모르는 이는 내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정말 그래야 하나 싶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만 매일이 연습치고는 혹독한 배반을 경험했으니까 말이다.

 나를 지난 40여 년 지켜봐 주신 관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의리와 신의가 없는 사람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어서 더 허탈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내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가 적은 나이는 아닐진대 지금 이 나이를 사는 것도 처음이기에 연습했구나 싶은 마음으로 털어내련다. 그래도 가혹한 시간 앞에서는 인성의 성숙함도 없는 것 같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힘은 세상에서 가장 힘이 되어주는 말이듯이 끝까지 나아갈 힘을 만들어 낼 것이다. 베푼 것은 잊고 받은 것은 배로 기억하자는 내 소신만큼은 버리지 말고 이어가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겠냐마는 내가 써 내려가는 것이 오답이라는 것도 알지만 굳이 다시 쓸려고 애쓰지 않는 것도 인생인가 보다.

 그림의 전환을 할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림도 숙제가 풀리듯 풀려간다. 커다란 빈 캔버스에 물감 칠을 원 없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고도의 생각으로 색의 조화로움이 손끝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내 삶의 오답을 짚어보는 건 정답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틀려도 부끄럽지 않은 답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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