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지 명예기자

"선생님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괜찮으면 소주 한잔해요", "아이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힘들어요" 퇴근 혹은 주말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당사자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한편으로는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고맙다. 그리고 얼마나 급하면 연락을 할까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내 시간에 당사자와 긴 통화를 하면, 나의 쉬는 시간을 침범받는 것 같아서 당사자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당사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통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선한 의도와 다르게, 짜증이나 불만이 섞여 화가 전달될 수 있다. 당사자, 사회복지사 모두 즐거운 상담을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기업 고객상담실 경우 상담 시간이 정해져 있다. 대부분 평일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이루어진다. 사회복지사로 주민과 당사자를 만나며 상담 시간에 대해 알린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명함을 건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주세요"한다. 스스로 업무시간 외 주말에 휴대전화가 울리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한 통신사에서는 개인정보의 노출 없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 소통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를 운영한다. 개인 휴대전화가 공개되면서 발생하는 업무시간 외 연락, 사생활 노출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일부 사회복지 기관은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일을 막기 위해 업무용 휴대전화를 제공해 물리적으로 이런 상황을 막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회복지사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를 더 잘 돕기 위함이다. 서로가 예민해져 있는 시간에 불필요한 전화로 만들 수 있는 오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정말 급하거나, 큰일이 있는 경우라면 사회복지사와 통화해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일은 112나 119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당사자를 잘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시작한 전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양쪽 모두 존중받지 못한 가운데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전화 시간을 합의하면 업무시간에 문제도 해결하고 보다 나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물리적, 일방적인 방법으로 막을 수 있지만, 묻고 의논하며 합의를 통해 약속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

당사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부터 상담이 가능한 시간을 알릴 필요가 있다. 사례지원으로 만나는 당사자와는 사례지원 서약서에 그 부분을 명시할 수 있다. 그 밖에 주민을 만날 때도 인사하며 전화가 가능한 시간을 알리면 된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 사용하던 삐삐를 기억하는가? 상대방에게 삐삐를 쳐서 번호를 남기면, 근처 공중전화기를 찾아 걸곤 했다. 당사자의 부재중 전화,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요청하는 삐삐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당사자와의 약속일 것이다.

한수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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