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진로진학부장

고교학점제 등의 교육정책과 정시 확대로 대변되는 대입 제도의 엇박자로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혼란스럽다.

정시확대는 되돌리기 어렵겠지만 수능의 지나친 강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이 학생부 반영 항목과 글자 수 축소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수능 최저학력기준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과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완화 또는 폐지해 수시모집 수능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올해 고3부터 고교학점제의 근간이 되는 진로선택과목 내신성적을 수시모집 교과전형에서 반영하는 대학보다 미반영 대학이 많다. 충청권의 모든 국립대와 다수의 사립대도 반영하지 않으며 과학Π 과목 외에는 수능과목이 아니다. 진로선택과목이 3학년에 많이 편제되어 있는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공부에 소홀해 과거처럼 고3 교실 파행도 우려된다. 학종에서는 매우 유의미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공통과목 이수 후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누적학점이 192학점이면 졸업할 수 있다. 학교 밖 교육 학점도 인정하며 모든 선택과목은 5단계 성취평가제를 실시한다.

2025년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더불어 고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 국정과제로 2020년부터 마이스터고에서 운영 중이고 특성화고는 2022학년도, 일반고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학교에 개설되지 않는 과목은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과목도 이수할 수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고 학생 스스로 진로 설계에 관심을 갖는 장점이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진로 연계과목 다양화,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 강화, 학점제형 공간 조성 등 교육의 변화가 기대된다.

교원 수급 문제, 공간 문제 등이 선행되지 않아서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있고 고교학점제 시행과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고교학점제가 무리 없이 시행되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정책 추진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한다.

충남교육청은 참학력 공동교육과정으로 지칭되는 학교연합·지역연계·대학연계·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다. 학교 공간혁신과 교과교실제 등을 활용한 공간 조성 지원, 교육과정 설계 지원, 지원체제 구축, 연구·선도 학교와 교과특성화학교 운영, 선도지구 운영 등 고교학점제 기반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를 반영한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 수립 논의를 곧 시작한다고 한다. 교육정책과 대입의 엇박자를 바로 잡아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교육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키우는 미래 교육의 길로 나가길 기대한다.

모든 교육이 대입으로 귀결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정시확대 정책은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미래교육과 고교학점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재수생과 자퇴생을 양산할 수 있음으로 재고돼야 한다. 미래형 수능과 대입제도 수립에서 교육정책과의 엇박자가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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