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봄이 비를 타고 오듯 꽃의 계절 4월이 왔다. 봄은 해마다 오지만 2021년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똑같은 4월도 언제부터인가 내게 오는 봄은 다르게 그려진다. 봄과 다르게 가능하면 내 곁을 떠나간 내 그림에는 마음을 주지 않는다. 흔히 그림을 팔면 시집보냈다고들 말한다. 시집간 딸은 가끔 친정을 찾지만 집나간 그림은 집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소장하고 계신 분들이 잘 아끼고 계셔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쩌다 아주 우연한 장소에서 내 그림을 만나면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추억한다. 세상은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함께 공존한다. 그러니 보여도 좋지만 안 보여도 좋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있어야 하고, 보여야 하고, 들려야 하고, 더 알아야 하고, 가져야만 한다. 도시생활은 사람을 탐욕으로 이끌어 가는 일도 있기에 겸손함을 유지하고 애쓰려면 자연의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목적 없이 잠시라도 자연이 있는 풍광 속에 있다오면 이내 얼음이 녹듯 냉가슴에 온기가 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 본연의 마음까진 바꿀 수가 없다. 마음 밑바닥엔 갈망이 있고 그 갈망은 정서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예술을 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래서 사람은 나를 찾으려 하고 그 마음이 강한 사람은 어려운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 남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그림의 화가는 정말 행복해서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인생이 주는 고통을 이기는 방법으로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 화가의 자식도 잘 장성하고 그림도 팔리고 정말 행복한 날이 오지만 오히려 화가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인생의 고통 속에서 찾는 행복이 부귀 속에서 찾는 행복보다 더한 쾌감이 있는 걸 화가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은 행복한 나를 찾지 못한다. 세상살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건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나 스스로 돌아가는 일이 많아졌다. 행복 이면에는 반드시 불행이 따라다니고 때로는 고통이 동반한 쾌감도 있다. 이면에 있는 작가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

 봄을 깊게 하는 비는 어느새 따뜻한 온기를 뿜어낸다. 제39회 화랑미술제가 지난달 7일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미술시장에 모처럼 전시장에도 봄이 왔다면서 관람객들을 이끌었고 작년 한국 국제 아트 페어 (KIAF)도 코로나로 취소되면서 갈증이 구매욕구까지 일으켜 성황리에 마쳤다는 소식이다. 특히 30~40대 구매자들이 늘었는데 진정한 미술시장의 토착화가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미술시장이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지방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아울러 예술인의 권익이 미술시장에서도 인정되길 바란다. 올 가을에는 대전에서도 아트페어가 열린다. 무역센터 공사로 미뤄지고 있는데 내년 완공을 앞두고 올해는 다른 장소에서 치러진 뒤 무역센터가 완공되는 내년에는 더 성대하게 개최될 것이다. 일선에서 깊이 관여하는 운영위원장인 나도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애써 갈 것이다. 아트 페어는 미술시장이다. 작가들이 예우받는 그런 분위기 속에 거래되는 작품판매는 다른 물건의 판매와는 다르다. 최고의 쇼핑은 작품 구매라는 말도 어쩌면 작품에는 명품가방 구매와 다른 철학과 정신이 함께 구매되기에 작가도 구매자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예술작품은 직접 눈으로 봐야지만 작가의 영혼을 느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를 겪으면서 분명하게 알려주었고 디지털 미술관의 확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겠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예술분야만큼은 아주 천천히 변해가서 사람들의 정서와 교감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하자. 생각이 많아지는 아침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여행이고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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