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예로부터 초상화를 그릴 때 가장 중시여기는 곳이 ‘눈’이다. 전신사조(傳神寫照)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정신을 전한다는 초상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사람을 평가할 때 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게 되어 우리는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눈을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눈은 아름답다. 얼굴의 반을 가리지만 눈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예쁘고 잘생겨 보인다. 마스크 속의 진실은 상상에 맡기고 말이다.

지난해 1~10월 피부과, 성형외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씩 증가했다고 한다. 해외여행의 제한 속에서 외국에서 성형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오는 관광객이 줄었음에도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집에서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거나 마스크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의 경우 특히 눈과 이마, 코 수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이 역시 마스크와 관련이 깊다. 미용 쪽은 립스틱 판매량이 저조한 반면, 눈 화장 쪽은 상승하였고, 마스크 트러블을 관리할 피부 관련 제품의 판매량 급증과 함께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홈케어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시대의 상황이 아름다움의 기준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것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뵐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겨우 11㎝의 작은 조각으로 여성의 풍만한 몸매를 표현했다. 다산을 기원하거나 당시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그들의 생활조건에서 이상적인 신체 사이즈를 제시한 것으로 미(美)를 나타낸 것이다. 당시에는 '밀로의 비너스'와 같은 아름다움이 기준인 것이었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가느다란 실눈과 통통한 볼살, 작은 입술은 조선 후기 여성의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현재의 미인상과는 차이가 있다.

중국의 '전족'은 10세기 초부터 20세기까지 무려 1000여 년 간을 지속한 풍습이다. 엄지발가락 이외의 모든 발가락을 접어 가로 10㎝, 세로 2~2.5㎝의 헝겊으로 동여맨 것인데, 발이 작으면 작을수록 미인이었다. 이런 풍습은 현재에도 이어져 여성은 발이 작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낳고 있다. 미얀마의 파바앙 부족에서 아름다움을 위해 목에 링을 끼우는 행위는 아름다움의 표상이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한 시대의 예술작품이나 풍습들은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움'이 그 주제인 경우가 많았다. 현대 미술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아름다운 것에 관한 문제는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냐'에 관한 시대적·사회적·개인적 취향과 기준이 다르다는 데에 있다. 이는 '아름다움'의 기준과 취향이 절대적인 것도 영원불변한 것도 아님을 말해준다. 역설적으로 예술작품을 비롯한 각 문화의 향유는 상대성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은 개인의 동경을 실현하는 욕구가 되기도, 예술가로 하여금 모티브를 주기도, 시대상을 나타내기도 하며 다양한 실체로 우리 곁에 존재해 왔다. 아름다움은 어떤 대상에 실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

팬데믹 시대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떨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상대적이라는 전제하에 어떤 대상의 보이는 아름다움만 추구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뉴 노멀은 자신의 아름다운 눈과 아름다운 마음속에 내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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