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청주 청년뜨락5959 센터장

[충청투데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익숙한 문장이다. 어떤 의미로서 이 말이 처음쓰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가슴아프고 폭력적인 말이 됐다. 청춘은 아파도 된다거나 아파봐야 한다는 말로서 사회가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들이 전하는 무게를 알고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인식은 아직 '아프니까 청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시금 이 말을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접하는 많은 사업들의 시각이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 정책 5개년 계획이 발표되고 담당 부서들은 청년, 청년 조직들과 청년 정책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 한 명으로 참여해 나도 여러 정책을 접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문장은 그동안 많은 방송에서 풍자되고 에피소드로 활용됐다. 주로 청년 인턴 문제에 등장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이 말은 단지 경험의 제공과 잠깐의 희망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여러 정책들에서 보여진다.

 청년 정책 사업들 중 공간 운영을 할 사람을 찾는 사업이 있다. A라는 공간을 운영할 청년 혹은 청년단체, 기업을 공모한다. 지원내용은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등 기본적인 공과금을 사용할 수 있는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을 운영해야 하는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공간의 관리, 주 4회 이상의 공간 근무, 공간 특성에 맞는 여러 주민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공간 운영 공모가 여러 차례 있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공모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용에는 청년들의 노동력에 대한 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것에서 끝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생업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청년 기업들도 본업 외의 사업에 자신의 노동력을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의 상황에서는 대개 청년들이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자 한다. 너무 많은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현상에 대해 일부는 '청년들은 좋은 것만 하려한다', '청년이 고생을 하지 않으려한다'라는 불만을 표시한다. 결국 청년들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 받기를 원하거나 값싸게 소비하고 하는 것을 원한다고 보여진다.

 이 밖에도 여러 일경험,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 등에 청년을 채용하여 일하겠다고 참여하지만 결국 기간이 종료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기업들과 다른 인건비 지원사업을 다시 신청하는 기업을 보자면 경험의 제공이 청년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라는 말에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이야!'라고 말한 한 예능의 대사에서 보듯이 청년이 상처라는 아픔을 가진 환자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부족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아직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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