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공기 원동력 믿어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식사
지역예술인 기초창작활동비 지원사업 전국 모범사례… 그외 복지사업 다양
전 세대 아우르는 지원 시스템 추진
6개 문화공간 정체성·비전 재확립
지역 특성맞는 대전만의 정책 마련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조직 노력

▲ 심규익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대전문화재단 제공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출범 10년차가 된 대전문화재단이 새로운 여정을 떠날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0월 취임한 심규익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변화하는 조직으로 말미암아 예술인과 시민 모두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대전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다. 올해 코로나19로 지역 문화예술계가 일대 혼란에 휩싸였고 청년에서 원로까지 예술의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예술인들이 느끼는 위기는 곧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위기로 이어졌다. 다가올 2021년, 대전문화재단이 대전 문화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전속력을 내야 하는 까닭이다. 대전문화재단의 수장인 심규익 대표를 만나 ‘새로운 1년’을 향한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전문화재단의 제7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소감은.

“먼저 대전문화재단 임직원과 함께 대전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게 돼 대단히 반갑고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꼭 한 달이 됐다. 어쩌면 쉽지 않은 여정이 될지 모르는 한 장의 여행 지도를 펼쳐 놓고서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재단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또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취임 직후 매일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가진 온기에 대해 그 따뜻함이 전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해 믿는 편이다. 직원들과 한 끼 식사를 함께하며 개개인의 관심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는 물론 업무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하는 이 따뜻한 밥 한공기가 대전문화재단을 단단히 하는 힘이 되고 그 힘이 다시 대전의 문화를 이끌어나갈 원동력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작은 믿음이 제가 가진 소통의 방식이라 말하고 싶다.”

-지역 문화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전문화재단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후 올해 또 다른 10년을 위한 시작점에 들어섰다. 그동안 재단은 지역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지원과 시민들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재단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로 시끄러웠던 것도 잘 알고 있다. 조직내부의 불협화음이 그 시작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재단의 최우선 과제는 조직내부의 원활한 소통이라고 본다. 서로 소통하는 직장문화를 만들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때 직원 모두가 소속감을 갖는 화합된 문화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저는 직원들이 문화재단의 역할에 걸맞게 문화예술 전문가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직개편 방향은.

“대전문화재단에 취임해 한 달 동안 재단의 사업추진 상황이나 이전의 경영상태를 점검하면서 책임경영의 실현과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조직의 기능 개편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현재의 우리 재단은 1본부 9팀 체제로 구성 돼 있다. 한 명의 본부장이 모든 팀의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다보니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업무과중이 야기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현재의 구조로는 조직 내 정확한 의사결정과 전달이 미흡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경영기획·문화예술지원·교육·예술인복지 등 팀 간 사업이 혼재돼 있어 목표 지향적 책임경영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대전문화재단이 지난해 외부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조직진단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조직진단 결과를 면밀히 살피고 대전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앞서 말씀드린 재단의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단을, 중앙정부의 문화분권 정책과 민선 7기 새로운 문화정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예술인 복지가 대두되고 있는데, 내년도 예술인 복지 중점 사업에 대해 설명하자면.

“대전문화재단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예술인복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준비로 2019년 ‘대전예술인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예술인 복지사업을 정책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우선 마련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이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창작 준비나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예술인 기초창작활동비지원사업’을 빠르게 추진했다. 이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그밖에도 ‘예술인 의료비 지원사업’과 ‘예술인 법률상담센터’ 그리고 ‘예술인 심리상담 및 신문고’ 등 지역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 복지사업은 앞으로 전국의 문화재단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또 정책적으로 발굴해야하는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대전문화재단이 그동안 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선제적으로 움직여온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예술인 복지사업이 전담부서 없이 몇몇 직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다른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몇 차례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예술인복지관련 전문인력을 갖춘 전담부서를 신설하려 한다. 우리 지역에 꼭 맞으면서 체계적인 예술인복지사업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역 예술인과의 소통도 잊지 않겠다. 재단이 독단적으로 혹은 행정적으로만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예술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 지역에 특화된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겠다.”

-내년이면 재단이 12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새롭게 탈바꿈 할 문화재단의 비전은.

“재단은 예술인복지 및 창작활동지원, 문화예술교육, 시민예술활동지원 등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실현과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창조하는 시대적 상황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다. 특히 지원 심의제도에 있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실히 확보하고, 청년, 중장년, 원로예술가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문화예술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나아갈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 예술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대전예술가의집 등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6개소의 문화공간별 정체성과 비전을 재확립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민 문화 향유의 질적 수준을 높여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풍요로운 대전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3년간의 임기동안 계획,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올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달 남짓이었지만 본격적으로 2021년 돌입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충분했다고 본다. 대전문화재단은 보다 강화된 공공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지역문화예술단체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대전만의 문화예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이 하나가 되고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조직이 돼야 한다. 취임식 때 직원들에게 몇 가지 제안 드린 사항이 있다. 첫째는 ‘스스로가 변화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자’이고 두 번째는 ‘참여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만들자’이며, 마지막으로 ‘부단한 자기혁신과 개발을 위해 노력하자’이다. 이 세 가지를 직원들과 손잡고 서로 소통하며 이뤄내겠다. 조직이 정비되고 직원 개개인이 변화한다면 대전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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