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규 대전구즉초등학교 교장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둘레를 보면 벼는 노랗게 익고, 나뭇잎은 붉게 물들고, 하늘은 푸르게 짙어지는 좋은 계절인데, 언제 끝날지 모르고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이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우울합니다. 소소한 작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학교 운동장 가에 서 있는 벚나무에 연분홍의 벚꽃이 환하게 피었다가 지고, 그 나뭇가지에서 돋아난 잎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물들 무렵, 아이들은 드디어 학교로 올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물병을 가방에 챙겨 넣고, 학교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소중한 아이들아!’

아이들이 없는 그동안의 학교는 죽은 듯했습니다. 여기를 둘러보아도, 저기를 둘러보아도 마치 사막처럼 고요하고 적막하고 지루하고 메말랐습니다. 학교가 아이들로 채워지면서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듯, 학교 곳곳은 촉촉하고 보드랍게 바뀌었습니다. 긴 겨울을 이겨낸 씨앗이 힘을 돋우어 싹을 틔우고 흙을 밀쳐내며 일어나듯,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그동안 때를 기다리며 참아 두었던 공부에 대한 열망을 한꺼번에 터뜨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코로나 상황을 신경 써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이제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됐습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이었다면 학교는 운동회와 현장체험학습과 학예회로 바쁜 나날을 보냈을 때입니다. 올해는 신나는 운동회도, 설레는 현장체험학습도, 끼가 넘치는 학예회도 하지 못하지만, 학교는 오히려 전과 다르게 조용히, 더욱 알차게 학생들의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마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출발선 앞에 선 달리기 선수들 같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물러가면, 아니 우리가 코로나를 물리치면 우리는 마음껏 달려 나갈 수 있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며 온몸의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와서 본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보는 날에는 직장인들의 출근 시각도 늦추는 나라, 수능 듣기 평가를 하는 시간에는 비행기도 하늘에 띄우지 않는 나라,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에 가는 것이 학생들에게 안전할 것인지를 온 국민이 걱정하는 나라.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인 제프리 존스라는 사람은 그의 책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두려울 정도로 부럽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지금 우리가 키우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자랑이자, 미래이자, 행복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아이들을 너나없이 함께 힘을 모아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계속해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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