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캠페인-대전구즉초]
신입생 포함 긴급 돌봄 교실 운영
전담사 부재시엔 선생님들이 도와
영어·어린이 방송 교실·SW코딩 등 원격 방과후학교로 집에서도 알차게
인근 지역단체·인물 도움 특별한 수업
마을에 있는 요가·도자기 선생님 초대 특화 프로그램 실시… 목공예방 연계도
구즉파출소·행정센터, 학교와 상부상조

▲벼농사 체험 모습. 대전시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구즉동은 여러 개의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옹기종기 살았고, 갑천 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둘레 산에 폭 안긴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83년의 전통을 지닌 구즉초등학교(이하 구즉초)는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아닌, 물속의 온갖 생명을 담아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대전의 최고 큰 하천 갑천 옆에, 만물을 끌어안아 따뜻하게 품어 주는 둘레 산에 폭 안겨 있는 모습의 학교다. 마을과 학교 옆에는 대덕 테크노 밸리가 있고, 커다란 아파트촌이 생겨나 겉모습은 삭막한 도시 모습으로 많이 바뀐 듯 보이지만, 구즉초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한 마을 교육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와 마을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품으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즉초만의 방과후학교를 들여다 보자.

◆함께 도우며 그려나간 방과후 활동

올해 학교현장은 코로나 19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추이를 지켜보기를 반복했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돌봄 공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구즉초는 입학도 하기 전 학생들인 예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돌봄교실에 참여할 의사를 계속해 묻고 확인했다. 그 후 신입생들을 비롯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 모두를 대상으로 긴급 돌봄 교실을 운영했다.

돌봄전담사가 전담하기 힘들다는 시간에는 학교의 선생님들이 빈자리를 메우며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놀이 체육, 음악, 공예, 보드게임, 댄스 등 날마다 한 개 이상의 특성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 1 찾아오는 인문학 교실
▲ 1 찾아오는 인문학 교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원격 방과후 학교

긴 기다림과 한 달여의 원격 수업 뒤에 5월 끝자락에서 아이들은 드디어 구즉초에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공부가 끝나면 열리는 재미있는 또 다른 학교, 방과후학교’는 열리지 못했다. 전염의 걱정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생각해 직접 만나는 방과후학교는 시작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원격 방과후학교’다. ‘직접 만나볼 수 없다면 온라인에서 만나보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원격 방과후학교는 현재 영어, 어린이 방송 교실, 클레이 종합 아트, 소프트웨어 코딩의 4개 프로그램, 6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 2 목공 교실
▲ 2 목공 교실

◆구즉초만의 특별한 지역연계 방과후 학교

구즉초는 마을에 있는 지역 자원을 이용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했다. 이에 마을 구즉동, 유성구, 대전시에 있는 시설이나 인물, 기관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해보기로 뜻을 모았다. 어떤 경우는 지역을 조금 더 확대해 대전시와 이웃한 곳의 자원을 이용하기도 했다.

먼저 공주시 친환경 연합회로부터 도움을 받아 벼농사 체험을 했다. 학교 뜰 곳곳에 텃논을 만들어 그곳에 어린 모를 심었다. 텃논에 계속 물을 주어 가꾸면서 어린 모가 자라는 모습을 날마다 관찰하고 있다. 텃논 물속에 살거나 벼에 붙어 함께 사는 여러 가지 생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얻었다.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으로부터는 찾아오는 인문학 교실을 운영했다. 초등학교 1~3학년의 학생들 45명은 지구의 탄생 이야기와 바다와 육지의 탄생 과정에 대해 배웠다. 해백합 화석, 암모나이트 화석, 상어 이빨 화석을 통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바닷속 환경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러 가지 조개껍데기, 고둥 껍데기, 소라 껍데기와 산호를 이용해 ‘나만의 바닷속 세상’도 꾸몄다.

▲ 3 요가 교실
▲ 3 요가 교실

◆몸도 튼튼하게… 인기만점 방과후 학교

몸으로도 움직이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마을에 있는 목공예방 ‘목수의 집’과 연계한 목공 교실도 인기를 얻었다. 나무가 주는 혜택과 나무의 쓰임에 대해 알아보고, 나무 판끼리 못질을 해서 이어 붙이고 사포로 열심히 갈고 다듬어서 연필꽂이를 완성했다.

구즉초는 마을에 있는 요가 강사님을 초대해 요가 교실을 운영했다. 아이들은 강사님이 알려 주신 대로 바르게 앉아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고, 강사님이 알려주는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했다.

또 도자기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대전으로 오신 도자기 강사님을 학교로 초대하여 도자기 교실을 운영했다. 흙의 소중함, 흙으로 빚은 그릇의 좋은 점을 알아본 뒤, 강아지 모양의 물잔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잘 반죽한 흙을 손바닥 전체로 밀어내어 둥글고 긴 기둥 모양을 만들어 거푸집에 고리 모양으로 붙여서 한 층씩 쌓아 올린다. 다 쌓은 고리 모양의 층을 물을 바르면서 칼로 이어 붙이고, 다른 흙으로 강아지의 눈, 코와 주둥이, 귀와 발, 꼬리를 만들어 붙인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굽는 과정에서 터지거나 깨지는 일이 많다고 하니 아이들은 온 마음을 쏟아 그릇을 빚었다.

▲ 4 교통 봉사활동. 대전시교육청 제공
▲ 4 교통 봉사활동. 대전시교육청 제공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만의 이야기

구즉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구즉동에 사는 것이 만족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학교 바로 앞에 구즉파출소가 있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구즉동행정복지센터도 학교 옆에 바로 붙어 있어 필요한 행정 업무를 아주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하지 않지만 구즉동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주민 대상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있어서 좋다고 한다. 구즉파출소장님은 구즉초로 자주 들러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교장 선생님께 묻고 함께 협의하고는 한다.

구즉동장님도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하지 않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하는 '구즉 한마당 축제'에 학생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부탁하신다. 그러면 구즉초 학생들은 그동안 열심히 닦은 실력을 마을 사람들 앞 큰 무대에서 마음껏 뽐내고 있다.

‘아씨방 일곱 동무’라는 그림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아씨방에 사는 일곱 명의 동무 이야기인데, 바느질에 필요한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바로 그것이다.

바느질을 위해 일곱 동무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듯이,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학교와 기관이 하나 돼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아홉 개의 성씨가 모여 오순도순 살았다는 구즉동 이름처럼 온 마을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마을 교육공동체, 그것이 '구즉 마을 아홉 동무'다.

구즉초 관계자는 “‘구즉 마을 아홉 동무’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구즉초가 있다”며 “앞으로 펼칠 더욱 많은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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