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과로사 노동자 7명 달해
코로나 장기화·추석 앞 업무 비상
대책위 "과로사 원인, 분류작업 탓"
시간 절반 할애…추가임금도 없어
"배송 고유업무만 할 수 있어야"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택배기사.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장기화로 택배물량이 급증한데 이어 추석연휴까지 앞두면서 택배 기사들의 업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7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대책위) 등이 분석한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에만 업무상 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7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우체국 택배노동자 김모(33) 씨를 시작으로 3월부터 8월까지 매달 1명의 택배노동자가 30~4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책위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근본 원인으로 분류작업을 지목했다.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하루 13~16시간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시간 중 5~7시간 가량을 택배 분류작업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시작 전부터 ‘택배물품 배송구역’ 분류작업에만 전체 노동시간의 절반가량을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의 수익 구조상 건당 배송수수료를 통해 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분류작업 시에 주어지는 추가 임금은 없다. 이에 택배노동자들은 하루의 절반가량을 무임금 노동으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택배 노동자들이 집하와 배송 고유업무만 할 수 있도록 분류 인원을 따로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택배 분류작업 시간만 줄여도 택배노동자가 과로사 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택배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석연휴가 다가오기 전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따로 추가투입해 택배노동자의 노동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전 지역의 한 대형 택배 소속 노동자는 “코로나로 인해 상반기에만 택배물량이 이미 작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면서 “화요일에 가장 물류가 많은 편인데 분류 작업에만 5~6시간 정도 걸린다”며 “10월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평소보다 물량이 50%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인데 택배분류작업만 전문으로 해줄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택배 분류작업은 회사가 해야 할 분류 업무인데 이를 택배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택배노조 대책위 관계자는 “회사는 회사가 해야 할 분류 업무를 택배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택배 회사가 과열 경쟁을 통해 택배 단가를 낮추는 물량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다. 올해에만 9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죽음의 착취구조를 끝내야 한다. 회사는 분류인원을 고용해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 고유업무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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