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우리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되거나 외면되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유교이다. 지난 2500년간 동아시아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를 이끌어 왔지만, 서구화와 산업화를 겪으면서 외면당했던 유교가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양사상을 미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The Path’라는 책의 저자인 마이클 푸엣 하버드대 교수는 책의 서문에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의 문제에서 중국철학자들의 생각은 2000년 전과 변함없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명기했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장을 지낸 중국 베이징대 뚜웨이밍 교수는 “앞으로 유교적 가치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조화로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고, 예일대학의 매리 에블린 터커 교수는 “나는 유교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과 학자들,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형태의 유교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유교의 미래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충남도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매년 9월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충청유교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충청유교 국제포럼은 충청지역의 유학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해 대내·외에 널리 알림과 동시에 국외의 유교문화를 충청의 유림들과 일반시민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 및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건립사업 등에 대한 관민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충청유교 국제포럼은 올해로 4회차를 맞이했다. 제1회 충청유교 국제포럼에서는 ‘충청유교문화의 비전과 전망’을, 2018년 2회차에서는 ‘지속 가능한 유교문화 콘텐츠 발굴’을, 지난해 3회차에서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문화다양성과 유교문화’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올해는 ‘오늘날 발견하는 전통의 가치-현대에 살아 숨 쉬는 유교문화’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전통문화로서의 유교문화가 현대인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충청유교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제4회 충청유교 국제포럼에서는 중국, 프랑스, 말레이시아의 학자들을 초청했다.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는 중국인 학자 궈이(郭沂) 교수는 현대중국에서의 전통문화 부활양상을 소개한다. 다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프랑스 학자 쟝 샤를 쟝봉 교수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유교의 구곡(九曲)문화를 해석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왕천파(王琛發) 교수는 현대 말레이시아 화교사회의 유교전통 장례문화를 영상으로 소개한다.

올해는 코로나19 펜데믹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는 국외학자는 영상발표로 진행하며, 다수의 모임이 불가능한 관계로 행사 진행 상황의 전무를 유튜브 생중계라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포럼의 주제에 부합하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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