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취임 100일… 코로나로 관람객 급감
유튜브 채널 개설·과학문화공연 등
‘온라인 과학문화활동’ 일상화 목표
VR·AR 기술 활용‘사이버 전시관’
비대면 과학체험교육 추진 준비로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선도 노력
대덕특구 내 과학 관련기관 협력 확대
중요과학기술자료 센터 건립 계획도

▲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4월 ‘과학의 달’, 5월 ‘가정의 달’ 등 상반기 최대 성수기를 보냈을 국립중앙과학관(이하 과학관)의 시계는 멈춰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국면으로 관람객 수가 급감했고 기약 없는 휴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어려운 시국 속 21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유국희 과학관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의 요즘 최대 고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관의 나아갈 방향이다. 과학관의 시계는 겉으로 보기엔 멈춰섰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대비한 각종 온라인컨텐츠 개발에 여념이 없고, 높아진 과학기술의 역할에 맞도록 과학관 미래도 재설계 중이다. 과학관의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유 관장의 전략과 비전을 자세히 들어봤다.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취재1부국장

-어느 덧 취임 100일을 맞이했는데 소회가 궁금하다.

“4월 13일 취임 당시 과학관은 코로나로 이미 임시휴관 중이었다. 중간에 상황이 잠시 좋아지며 일부 개관 했다가 지역사회 확산으로 또 다시 임시 휴관 중이다. 어수선한 시국 속에 100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부서장들과 매주 코로나 비상회의를 통해 방역대책, 휴관 연장 여부 등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듯하다. 텅 빈 주차장을 보며 시민들이 과학관에 관람객이 직접 올 수 없더라도 온라인으로 더 좋은 과학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이 강해졌다. 일상화된 ‘온라인 과학문화활동’을 목표로 삼고 우선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 과학관의 현재 전시 및 교육 등 전반적인 운영 상황은 어떠한가.

“과학체험 행사나 교육프로그램, 과학공연은 취소·연기되거나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과학관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학해설사들이 전문분야를 살려서 과학실험, 과학해설 영상을 제작해 게재하고 있다. 또 집에서 쉽게 참여하는 과학실험 SNS 이벤트, 실시간 온라인 과학문화공연을 진행해 왔다. 특히 6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인공지능 탐구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기획했는데 5~6월 두 차례 실시간 온라인 자문을 제공했다.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을 바로 바로 물어보고 전문가가 이에 답해주는 형식이었고 만족도가 높았다. 이밖에 실험실습과 과학특강 등 20여개 동영상을 직원들이 직접 제작, 활용하고 있다. 임시휴관 중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과학해설시나리오 경연대회’를 진행했고 전시관 비상대응 매뉴얼 정비, 무인 주차시스템 도입계획 등도 마련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휴관 중이니 업무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 상황 속 여러 대안을 동시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관람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관여부나 오프라인 행사 여부를 결정해 나가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복안은.

“앞으로 우리 사회는 코로나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관도 이런 시대 변화 속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의 핵심은 과학기술이고, 과학기술과 고객의 최접점은 과학관이다. 당분간 현장을 찾는 관람객은 다소 줄겠지만 좀 더 멀리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먼저 VR(증강현실)·A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사이버 전시관’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사이버 과학체험 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올해 처음 도입한 ‘기초과학체험전’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교사대상 인공지능 원격교육, 온·오프라인 과학캠프, 실시간 진로체험 온라인 특강 등 다양한 비대면 과학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전문가와 함께 준비해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과학관에 직접 방문한 것 못지않은 양질의 과학문화 서비스를 개인이 자택에서도 온라인상에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해는 과학관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관람객 역시 80% 이상이 충청민으로 알고 있는데 그간의 성과는.

“과학관은 1990년 10월 9일 현 부지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설립 당시에는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천체관으로 운영을 시작해 2007년 자기부상열차 체험관, 2008년 생물탐구관과 과학캠프관, 2011년 창의나래관, 2014년 과학교육관, 2017년 자연사관, 2018년 미래기술관 등을 신규 조성했다. 설립당시 7200㎡ 였던 전시면적은 2만 2400㎡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관람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7년과 2018년에는 연간 관람객 150만명 시대를 열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누적 관람객 3000만명을 돌파했다. 관람객의 큰 비중(83%)을 차지하는 충청지역민을 포함해 과학관을 찾아주고 사랑해 주신 많은 국민께 감사드린다. 과학관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써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유성구협의회 등 지역 협의체에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인근 기관들과 협조,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 과학관이 위치하고 있는 대덕특구에는 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연구소, 카이스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등 과학 관련 기관들이 밀집돼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화학체험전, 생물체험전 등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연구원과 함께 기획하고 있고 다양한 특별전, 강연,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앞으로 이들 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겠다. 풍부한 과학기술인력과 자원을 갖추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이것이 30년 전 과학관을 대전에 설립한 큰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30년 간 수집된 과학기술자료가 현재 포화상태다. 해결 방안은.

“현재 우리관은 동·식물 표본, 암석, 광물, 화석, 기초과학, 이·공학 자료 등 80만점이 넘는 과학기술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형 전전자 교환기인 TDX-1 △국내 최초 핸드폰 △국내 최초 고유모델 자동차인 현대 포니1 △보물로 지정된 통영 측우대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운석 △트리케라톱스 화석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대전에 자리를 잡은 지 30년이 돼 가는 동안 수집한 과학기술자료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데, 수장 공간은 노후화되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보다 절반인 40만 여점을 보관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은 10배 많은 수장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터 건립을 통해 우리 과학기술의 우수성 및 역사적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승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사업 운영 계획은.

“코로나 확산으로 과학관 하반기 행사들은 형식을 조금 바꿔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2000년부터 시작돼 매년 5만명 이상이 찾는 과학축제 대표 브랜드인 ‘사이언스데이’가 올해는 오는 27일부터 내달 31일까지 한 달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과학체험부스, SW·IT경진대회, 과학강연, 문화공연,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체전, 전국 미술대전과 함께 1949년에 시작한 우리나라 3대 대전의 하나로 올해 66회째를 맞이하는 ‘전국과학전람회’는 올해 동영상 심사 등 새롭고 안전한 심사방법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우리관에서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국제과학관심포지엄도 11월에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과학교육 온라인 컨텐츠를 개발해 돌봄교실, 방과후 교실 수업에 활용하도록 충청권 내 20여개 초등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과학관 소장품 특별전(9월~내년 3월), 수학·화학·생물체험전(9월~10월), 학생과학발명경진한마당(10월) 등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 상황과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 개관 예정인 ‘어린이과학관’ 건립과 올해 완공을 목표로 ‘천체관측소’ 건립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학관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는 동시 과학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임직원 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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