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설립준비비 6억원 건넸지만 개교 철회 위기
음악원, 교육부 설립승인 심사 거듭 탈락… 행복청 미숙행정 ‘도마위’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행복도시건설청이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유치를 위해 쏟아부은 혈세 6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

음악원 측이 교육부가 요구한 설립승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다. 무엇보다 지난해 두차례 걸쳐 교육부 설립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뒤, 수개월째 설립계획 승인을 겨냥한 해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뼈아프다.

산타체칠리아는 조수미 등 세계 음악계 거장들을 배출한 음악원이다. 행복청은 지난 2017년 입주를 확정지었다.

음악원은 행복청 간 업무협약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인근 '복합문화시설'에 임시 입주한 후, 세종 행복도시 4-2생활권 공동캠퍼스 부지에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육부 대학설립 승인심사에서 연이어 탈락, 개교가 무산됐다.

행복청은 이미 음악원 설립준비비로 6억원을 건넨 상태. 그러나 학생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설립승인 조건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설립준비비 6억원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음악원 분교 지속운영 가능성 불투명, 대학 구조조정 분위기 확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개교철회 가능성이 짙어진 것도 악재가 됐다. ‘한국 위탁법인 주도로 분교를 설립해야한다’는 현행법을 역행한 설립계획 명시도 터무니 없는 설립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설립준비비 6억원을 건넨 것은 맞다. 개교계획이 철회된다 하더라도 관련법상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른 시일 설계계획 수정안이 담긴 음악원 측의 확답을 얻어내지 못할경우, 행복청의 미숙 행정을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 대학 유치라는 실적에 매몰돼, 음악원 측에 설립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발생한 혈세낭비의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 속, 음악원 측의 무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린다. 재정지원 규모 확대가 쉽지 않은 문제로 꼽히면서다.

세종시의회 한 관계자는 “음악원 재정투자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 보조금 기한은 관련법상 4년으로 설정돼있다. 행복청 20억원, 세종시 20억원을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적자발생 등 재정에 대한 부분은 본교에서 책임성을 갖고 극복해야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음악원 측의 재정투입 대안은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의 외국대학 유치 무산사례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의 개교철회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정적자는 개교철회의 핵심이유로 지목됐다. 경남 하동군에 한국캠퍼스를 열기로 한 영국 애버딘대는 경기침체, 학생모집 애로, 재정적자 우려로 개교 철회를 통보했다. 부산에 문을 연 한 독일대학은 국비가 끊기면서, 개교 8년만에 본국으로 철수했다.

설립승인 탈락과 함께 끝내 음악원 측의 개교철회 의사 통지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핵심은 지속적으로 분교 운영이 가능하냐다. 현재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측이 승인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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