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프레임 이유… 지난해 비화 밝혀
“정치영역 넓다” 정계복귀 제안도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제21대 총선을 약 5개월여 앞둔 지난해 11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 배경에는 자신의 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날 밤 그(임 전 실장)와 나눈 대화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정계 은퇴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이 참 의아하게 들렸다”며 임 전 실장과 과거 나눈 대화를 복기했다.

박 전 대변인이 언급한 '그날 밤'은 지난해 10월 30일로, 임 전 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약 보름여 전이다.

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변인과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을 위해 부산에 도착했다.

밤새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총선 승리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전 대변인은 "그날 밤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내가 불쑥 '실장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며 “순간 시간이 멈춘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안 이유로 언론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와 '청와대 출신의 과다 출마'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데 임 전 실장이 이 두 프레임에 모두 해당하는 대표 주자라는 점을 거론한 뒤 "지금 내려놓는 것이 소명에 충실할 뿐 아니라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고맙다"면서 "저도 고민하는 게 있는데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전 대변인은 "그로부터 2주일쯤 지난 후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놀라운 결단을 했다"며 "그의 결단으로 586도 청와대 참모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그들의 길을 갈 수 있었고, 21대 국회에 19명의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에게 정치로 돌아오라는 취지의 제안도 함께 했다.

그는 "나는 그가 말한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총선 불출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불출마'라는 피 한 방울의 헌혈이었으면 충분하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치 영역은 넓다"고 덧붙였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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