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일부 동물 구충제가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에게 쓰이는 구충제 알벤다졸 품귀 현상도 장기화 되고 있다.

7일 지역 약국 등에 따르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치료에 좋다는 유튜브 영상이 돌면서 인체용 구충제인 알벤다졸도 벌써 수개월째 장기 품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알벤다졸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블로그에는 ‘알벤다졸은 인체 기생충을 박멸해서 신체 면역력을 올려준다. 지금 현재 개발된 코로나 치료제가 없으니 예방차원에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니클로사마이드 등 구충제에 쓰이는 일부 성분이 담긴 구충제가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다'는 영상과 함께 구충제를 매일 복용하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호주 모니쉬 대학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가 연구논문을 통해 구충제 세포가 배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된 후 48시간이 지나자 사멸돼 코로나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치가 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임상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정보를 믿는 일부 소비자들이 본 기능 외 목적으로 인체용 알벤다졸을 약국에서 사재기 하거나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지역 약국들 중에선 현재 구충제 수급에 애를 먹고 있으며 재고 부족 탓에 1인당 판매 개수를 제한하는 약국도 있다.

서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구충제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말이 돌면서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며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들던 구충제가 이번에는 코로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돌며 더욱 물량이 부족하게 됐다. 구충제 입고가 원활치 않아 1인 5개로 구매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구충제 정기복용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강병구 교수는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는 환자나 사람에게 임상투여해서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다.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이를 환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적인 구충제 복약 시 낮은 가능성이지만 골수 조혈기능 억제로 인한 백혈구 혈소판 감소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본래의 목적 외 복약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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