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시설·업체 대책 원인 지적
주민들 “이주대책 마련해달라”

[충청투데이 이수섭 기자] “한 두 번도 아니고 불안해서 살겠어요? 대책이고 뭐고 여러얘기 할 거 없이 그냥 옮겨주세요. 그런 다음에 공장을 해먹던지 찜을쪄 먹던지 알아서 하고…”

4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롯데케미칼 인근 마을인 독곶2리 주민 김양수(57) 씨는 반복되는 사고에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새벽에 폭발음에 놀라 아내와 함께 노모를 모시고 읍내에 사는 아들 집으로 피난을 갔다가 아침에서야 돌아왔다. 전쟁 피난민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냐”면서 “이곳에서 나고 자라 50년을 넘게 살았는데 매번 사고가 반복될 때 마다 정든 고향을 떠나야하나 고민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서 옮겨주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4일 새벽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4일 새벽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산공장 인근에 살고 있는 우모 씨는 이번 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우 씨는 "사고 발생 당시 굉음에 놀라 밖에 나가 확인하려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2층에서 굴러떨어져 복숭아뼈가 부러졌다"면서 "불안에서 더는 못살겠다 하루빨리 안전대책이 세워져 전쟁터 같은 조마조마한 불안감에서 벗

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씨는 이날 새벽 갑작스러운 폭발에 가족들을 깨워 집 밖으로 대피했다.

다행히 가족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하게 부서진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최 씨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최 씨는 "처음엔 지진인 줄 놀라 일어났는데 집 밖으로 대피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가게는 간판과 유리창이 다 깨져있고 식당 집기류와 음식들이 널부러져 있다”면서 “정리할 엄두도 안날 지경인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주민들은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유독물질 유출사고에 분진까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이번 폭발사고까지 경험하면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업체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입을 모아 토로하고 있다.

실제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서산 대산공단은 최근 5년간 28건(연평균 5.6건)의 화학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입주업체들은 안전과 환경분야 투자와 대책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대형사고는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곶리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공단 입주기업들이 대부분 가동한지 30년쯤 됐다. 노후된 시설과 사고가 나도 그때문인 업체들의 안일하고 진정성 없는 대책 반복이 재앙을 되풀이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불과 2년전에도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벤젠누출 사고와 화재가 발생했었다. 지금처럼 사고를 제어할 능력이 없다면 하루빨리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이수섭 기자 l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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