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필자는 현재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이다. 그런데 최근 근무 중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산모를 어떻게 부축해야 할지, 아이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사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으면서도 불구하고 출산의 일련의 과정들에 있어 아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신고출동을 하면서 더 동분서주 움직였던 것 같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산모는 구급차를 통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모나 현장 상황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순찰차 사이렌을 켜고 다급하게 구급차를 따라나섰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산모는 분만실로 향했다. 분만실 앞에서 왔다 갔다 우두커니 서 있으니 마치 내가 보호자가 된 것 같았다. “산모는 괜찮나요? 아기는 건강한가요?”

아들 둘을 낳고도 담당의사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분만실 앞 경찰관이 계속해서 물어보니 간호사들도 귀찮아하는 눈치다. 일련의 출산과정을 지켜보고 어렵사리 산모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면서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산모가 체류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자정을 넘기면서 출입국사무소와의 공조도 어려웠다. 그저 분만실과 회복실, 병실 앞에서 산모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전해들은 얘기지만 다행히 산모는 건강하게 퇴원했고, 중환자실에 있는 신생아도 현재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제 아무리 산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든, 영아유기의 의도가 있었든 모든 것은 나중의 문제다. 밤새 분만실 앞에서 대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법에도 눈물이 있고 법에도 온정이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박성주 경위<천안서북경찰서 쌍용지구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