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정민철 단장을 만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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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레전드’가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8일 정민철 해설위원의 한화이글스 단장 선임 소식은 지역내 어느 모임에 가서도 화두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영구결번자이자 자신이 뛰었던 소속팀, 특히 고향팀의 선수와 코치를 거쳐 단장까지 올라온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내년 팀 성적에 있을 영향, 구단 운영 방향성 등의 복잡한 계산보다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잘나갔던 5년간의 해설위원 생활을 접은 그는 또다른 새로운 도전의 기로에 섰다. 새해를 맞아 누구보다 바쁘게 비시즌을 준비한 정민철 단장의 담백한 ‘복귀 스토리’를 들어봤다.

-화려한 친정 복귀, 그것도 단장으로서다. 연고지 팬들, 지역민들께 우선 인사 말씀.

“다시 한화이글스에 돌아오게 돼 기쁜 마음이 큰 것은 당연하다. 우리 지역민들께서 사랑해주시는 구단의 단장으로 돌아온 것이 큰 기쁨이면서도 그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담도 즐기면서 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우리 지역민들은 한화이글스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우리의 '동반자'이다. 팬과 구단이 함께 더 좋은 구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 부탁드린다.”

-6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방송인·해설위원으로서 궤도에 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신변 변화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저는 야구인이기 때문에 구단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었다. 다만 해설위원의 역할을 교두보삼아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저에게는 해설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야구 현장에만 있었던 저에게 방송 경험은 큰 도움이 된 전환점이기도 했다. 방송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단장으로 온 만큼 구단 프런트 업무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구성원들로부터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현역, 코치, 해설위원 때와는 사뭇 다른 책임감이 수반될 것 같다. 정민철 단장이 생각하는 단장의 역할이 있다면.

“단장은 팀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전력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다. 이런 전력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단장의 역할이다.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단 구성원 모두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한다. 양복입고 뒷짐지고 '저 단장입니다'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한발짝 더 뛰며 현장 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모두와 소통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 모습들을 실천해 우리 한화이글스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팀을 꾸려가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외부에서 구단을 바라봤던 시각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팀을 떠나있는 동안 여러 팀을 지켜봤다. 우리 구단에 큰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주관적인 관점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겠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 장·단점 파악이 훨씬 수월했다. 다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표면적인 시각과 내부에서 파악해야 하는 조금 더 심층적인 시각은 분명히 다르다. 아직도 구성원들과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바라본 장·단점을 보완, 개선하고, 내부에서 파악한 구단의 잠재력을 끌어내 우리 한화이글스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투수 출신 단장으로서, 팀의 무게를 투수진에 싣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외부에서 우리 구단을 바라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트레이드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우리 구단이 원활한 리그 운영을 하려면 선발투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첫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트레이드는 팀의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해 진행되는 것이다. 실제로 구단 운영에 있어 투수, 타자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면 야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야구는 투수만 잘 한다고, 타격만 잘 한다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타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트레이드는 구단들의 전력보강 방식 중 가장 단기간에 효과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우리 리그가 더 강해지고 활발해지려면 트레이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우리 팀의 투타균형을 위해 전력보강이 필요하다면 트레이드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올 시즌이 급진적 리빌딩의 시행 착오가 아니냐는 의견 충돌이 상당했다.

“KBO의 트렌드가 리빌딩으로 가고 있다. 물론 탈도 있을 수 있다. 리빌딩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 전력과 대기 선수들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경기를 많이 치르며 경험을 쌓는 방법이 있고,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있다. 현장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현장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현장을 지원하고 구단의 비전을 실현시켜나가는 것이 제 역할이다. 단장의 역할 선에서 전력보강을 통해 지속가능한 우수전력을 갖추는 데 노력하겠다.”

-신인 육성을 포함해 '명품 구단 운영'으로 손꼽히는 팀들이 있을텐데. 벤치마킹 등을 염두에 둔 구단이 있다면.

“메이저리그는 150년을 거치며 모든 시스템이 정비돼 왔음에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리그다. 배울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우리에게 접목시켜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메이저리그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KBO만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 우리 리그에 맞는, 우리 팀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싶다. 다만 선수단의 기술훈련, 웨이트 훈련 등 선진 기법들은 최대한 흡수하고자 한다. 다만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직면한 과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며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 특히 한화의 '레전드 명맥'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을 것 같다.

“결국 KBO의 발전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활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활약이 누적돼 그들이 레전드로 은퇴한다면 팬과 구단 모두에게 행복이다. 그래서 우리 한화이글스의 중장기 목표가 우수선수 육성을 통한 강팀 재도약 아니겠는가. 우리 구단에는 향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큰 잠재력을 지닌 좋은 인재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선수들이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좋은 시스템을 하나씩 갖춰나가면서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급격한 순위 하락을 겪은 한화다. 내년 시즌을 내다본다면.

“프로구단의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지만 단발성 우승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화이글스는 이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조금씩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화이글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당장 '우승하겠습니다', '가을야구에 반드시 나가겠습니다'라고 약속하고 싶고, 우리 팀이 그 정도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선언보다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도리이자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용덕 감독님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과 선수들은 내년 144경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구단 역시 이기는 경기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다. 이런 한 마음으로 시즌에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우리 선수들에게 팬 여러분이 더 큰 응원으로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 정민철 통산 성적
평균자책점 3.51
경기 393
승리 161
패전 128
세이브 10
완투 60
완봉 20
승률 0.557
이닝 2394.2
삼진 1661
볼넷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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