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도심 곳곳에 까마귀떼가 출몰하며 지역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26일 대전 둔산대교 구간의 교량과 갑천 둔치 등에선 여러 마리의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둔치 곳곳에선 ‘까악까악’ 까마귀 울음소리가 쉴 새 없이 퍼지며 산책로 분위기를 한층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산책을 나온 A(52)씨는 “요즘 까마귀 출몰이 부쩍 늘었다. 2~3마리씩 짝을 지어 다니는 까마귀들이 낮에는 갑천변에서 먹이를 먹고 밤에는 시가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마귀의 등장으로 머리 아픈 것은 대전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원과 김포 등 타 지역 도심에서도 수천에서 수만마리의 까마귀떼가 겨울마다 출몰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까마귀떼는 도심에 주차된 차량이나 길가 등에 ‘배설물 테러’를 하면서 시민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현재 대전지역에 출몰한 까마귀 종류는 타 지역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원과 김포 등에 출몰하는 까마귀들은 시베리아와 몽골, 중국 동북부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겨울철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도래하는 철새인 ‘떼까마귀’에 속한다.

대전 도심에서 발견되고 있는 까마귀는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로 1년 내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으며 떼까마귀보다 몸집이 10cm 가량 크고 통굽처럼 커다란 부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잡식성인 큰부리까마귀는 주로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먹거나 쓰레기 등을 뒤져 먹이를 구한다.

까마귀의 도심 진출은 경쟁자인 까치 개체수가 줄어들고 개발행위 등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의 결과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류 전문가 백운기 박사(국립대구과학관 전시연구본부 본부장)는 “까마귀와 서로 상극인 까치가 유해조수로 지정돼 대대적인 포획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경쟁자인 까치가 줄다보니 까마귀 번식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했고 잡식성이 강한 까마귀가 도심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 등지의 사례를 들며 도시화가 진척될수록 까마귀 개체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도심 까마귀는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 박사는 “까마귀를 무작정 유해조수로 지정해 포획하는 것은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개체를 보호하며 시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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