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청주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제9회 아·태장애인경기대회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열렸다. 아시아 및 태평양 45개국 4000여명의 선수들이 각기 자기나라의 명예를 걸고 자신의 불편함과 열대의 환경을 극복하며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 대회에는 우리나라 선수도 19개 종목 170여 명이 참가하여 메달획득에 최선을 다했고 종합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 어느 정도나 이 대회에 대해 알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물론 모두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애를 극복하고 국위 선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돌아온 장한 선수들에게 작은 격려의 박수라도 보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며칠 전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한 아시안 게임은 개막 전부터 경기장 소개 및 참가선수단의 프로필, 메달 유망 종목 등에 대해서 각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열린 장애인경기대회에 관한 보도는 왠지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국민의 관심부터 다르지만 취재의 열정과 보도의 공정성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보도의 폭을 결정하는 기준은 분명 자율로 뭐라 단언하지 못하나 매스미디어의 위력을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2006년은 장애인의 체육활동을 적극 육성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문화관광부로 업무가 이관되어 치른 첫 대회임에도 국민의 관심은 너무도 초라했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섭섭하다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들의 삶 자체가 소외였기에 이런 것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또 기다린다. 누가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아도 그들은 꿈을 꾸며,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작은 '능력이 아니라 용기였고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다. 정신이 몸의 움직임조차 지배하지 못하는 이들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을 시도하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모험적인 일이었겠나, 그래도 그들은 그들의 존재를 느껴보기 위해, 그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용기 있게 시작한 것이다.

또한 많은 것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우리 지역사회에서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정도의 작은 관심만이라도 가져주는 것이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하나임을 보여주는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이번 제9회 아·태장애인경기대회 사격 국가대표로 청주시청 소속 선수 3명이 참가했다. 장애인 선수들의 희망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장애인실업팀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4년 1월 청주시청에 창단되었을 때부터 그들은 청주시민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메달사냥을 해왔다.

2004년에 창단된 팀이 그해 2004년 그리스 아테네페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하며 국위선양은 물론 청주시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초석을 이루었다. 그리고 '직지배 아시아오픈장애인사격대회'를 아시아지역 최초의 정기적인 장애인 대회로 창설하여 명실상부한 장애인체육의 중심도시로 위상을 확립하였다.

이것은 청주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의 결과이며 지난 3년 동안 사격팀과 함께 호흡하며 지내온 이시홍 코치의 애정어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도 청주시 소속 선수들은 한국선수단이 차지한 20개의 메달 중 무려 10개의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에게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들은 3일 새벽 공항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각오를 밝힌다. 2008년 9월 베이징 페럴림픽에서 세계 제일의 결과를 얻어오겠노라고. 그 때 쯤이면 방송 및 언론사들도 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성숙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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