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추석을 3일 앞둔 지난 9월 10일 아침, 어떤 분이 내게 전화를 했다. 그는 ‘2년 전 서울 공기업평가원에서 교수님의 이순신 특강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늘자 중앙일보에 거북선 복원기사가 떴는데 그 내용이 교수님께서 지적했던 것과 똑같아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순신과 관련된 가짜 정보들이 교수님을 통해 바로 잡혀지길 기대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고마운 분이었다.

인터넷에서 기사검색을 해보니 2016년 3월 출간한 졸저 ‘이순신의 진실’에서 내가 주장한 것처럼 기존 거북선을 당시의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내 뇌리에서는 그간의 온갖 가슴앓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존 거북선에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나는 거친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역사 전공자도 아닌 자가 뭘 안다고 거북선을 떠들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당신 전공이나 잘해라!” 하지만 가소로웠다. 한국 사회에서 정설을 깬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나는 거북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이순신이 남겨놓은 단 한 줄의 정직한 기록 때문이다.

‘난중일기’와 ‘장계(전투보고서)’를 비롯한 이순신의 기록을 보면 조선수군의 핵심정보가 대부분 누락되어 있다. 거북선(설계도·보유척수), 수군 숫자, 부대편제, 청어잡기·소금굽기·질그릇·둔전을 통한 자금조달액과 세부사용처, 심지어 이순신의 실제 얼굴 모습까지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그것은 왜적에게 관련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만큼 아쉬운 대목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그도 때때로 조선수군의 핵심비밀을 슬쩍 흘렸다는 사실이다. ‘당포파왜병장’에 등장하는 ‘거북의 입에서 현자포와 지자포를 쏘았다’는 구절이 그 한 예다. 나는 그것을 토대로 기존 거북선의 형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거북선은 철갑선이 아닌 목선이었다. 그 이유는 거북선에 승선했던 격군과 포수 중 일부가 왜적이 쏜 조총의 유탄을 맞고 전사했기 때문이다. 또 거북 머리가 기존 거북선처럼 위로 솟구쳐 있었다면 현자포와 지자포를 쏘자마자 그 반동으로 목부터 날아갔을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현자포와 지자포의 반동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현재 대포는 포탄을 뒤에서 장전하지만 당시는 앞에서 장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해상에서 포탄을 거북 머리에 어떻게 장전할 것인가? 거북 머리에 포수가 들어갈 공간이 있는가, 기중기를 바다에 세워놓고 포탄을 장전할 것인가, 또 바닷물의 깊이는 일정한가? 어림없는 얘기다. 따라서 거북 머리는 위로 솟구친 형태가 아니라 거북선의 앞판 정면 3층에 입을 벌린 채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야 맞다.

또 거북선 층수는 3층이 옳다. 1층은 병사들의 휴식 장소이자 쌀과 부식의 저장 창고, 2층은 노를 젓는 격군들의 공간이었다. 3층은 대포와 활을 쏘는 포수와 사수들의 전투공간이었다. 만약 거북선이 2층이었다면 격군, 포수, 사수가 뒤엉켜서 노도 못 젓고 전투도 못했을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과감히 수용해 준 해군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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