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의 한계? 속속 떠나는 지상파 장수 프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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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한계? 속속 떠나는 지상파 장수 프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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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년 10월 13일 08시 2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3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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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와 트렌드 변화 속 불가피" vs. "느리게 걷기도 필요"
▲ [KBS 제공]
▲ [KBS 제공]
▲ [KBS 제공]
▲ [KBS 제공]

온고지신의 한계? 속속 떠나는 지상파 장수 프로들

"적자와 트렌드 변화 속 불가피" vs. "느리게 걷기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전시윤 인턴기자 = '콘서트7080', 'VJ특공대', '안녕하세요', '추적 60분'….

최근 공영방송 KBS가 폐지를 선언한 프로그램 제목들이다. 짧게는 9년부터 길게는 36년까지 무엇 하나 장수 프로그램이 아닌 것이 없다.

이외에도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가요무대' 폐지설, 그리고 정치권 외압 의혹이 인 '시사기획 창'의 편성변경 계획까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수 프로그램들이 최근 여러모로 위기를 맞았다.

장수 프로그램의 폐지는 결국 '상품성'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폐지 프로그램들도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유서 깊은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하면 공공성을 저해하는 선택이라며 비판이 따른다.

최근 젊은 시사 프로그램을 내세워 시사교양 부문에 대대적 손질을 선언한 KBS는 이런 반론에 "KBS의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없애는 것에 대한 우려는 알지만, 음식점도 기본기를 가져가되 변화할 곳에는 변화를 주듯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결국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와 하루가 달리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비지상파가 짧은 호흡으로 수시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훌쩍 접기도 하는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만 느린 걸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연 1천억원대에 이르는 적자와 해가 갈수록 파이가 줄어드는 TV 광고 시장도 이제는 무시할 수도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3일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누적된 적자 등 경영 문제가 프로그램 편수 감축의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다"며 "또 장수 프로그램은 오래된 만큼 과거 트렌드는 반영했을지 모르지만 최신 트렌드는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당연히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복고적인 틀 안에서 옛 모습을 유지하는 정도로는 시청자의 빠른 욕구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본다"고 평했다.

또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장수 프로그램을 그나마 끌고 갈 수 있었던 곳이 KBS였다. 다른 방송국에 비해 제작비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상파 적자가 커지면서 KBS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래서 교양보다는 제작비 회수가 빠른 예능형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그러면서도 "수신료를 내는 KBS마저 수익성을 좇는다는 것은 역시 씁쓸하다"며 "모두가 빠르게 걷더라도 공익성을 기반으로 느리게 걷는 곳 역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