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작기계회사 사업터, 건축 시기 일제강점기 추정되는 동구 위치 근대건축물 일부 철거
"붕괴 우려…건물주 철거 결정내려", 지역민 "활용안 고민 했어야" 비판

대전 동구의 한 근대건축물 일부가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현장에 가보니 철거된 이후 치우지 못한 폐자재들만 쌓여 있었다. 최윤서 기자
대전 동구의 한 근대건축물 일부가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현장에 가보니 철거된 이후 치우지 못한 폐자재들만 쌓여 있었다. 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전 동구의 한 근대건축물 일부가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철거된 건물이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이자 국내 최초의 민간 공작기계 회사인 ㈜남선기공이 창업을 시작했던 공간으로 알려지며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원동에 위치한 철물특화거리에는 50년 이상 된 철물 공장을 비롯해 최근엔 찾아보기 어려운 주물 공장도 아직 운영 중에 있다.

대전은 물론 국내 최초의 공작기계회사인 남선기공도 바로 이곳에서 1950년 3월 1일 ㈜만중이라는 이름으로 주물 사업을 시작했다.

대전지역 최초의 공업소였던 해당 건물(동구 창조2길 11)은 이후 남선기공이 이전하며 ‘원동공업사’라는 상호로 사용되다 창고 등으로 쓰이는 유휴공간이 됐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인근에 창업혁신공간으로 재조성된 ‘창조길 대장간:station V4 원동’에 대한 개소식과 문화포럼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이곳 건물 일부가 노후화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거됐다. 

앞동만 남아있고 뒷동은 철거된 상태. 최윤서 기자
앞동만 남아있고 뒷동은 철거된 상태. 최윤서 기자

건물은 총 두 동으로 분리돼 있는데 철거된 뒷동은 한때 철물공장 작업인부들의 기숙사로 사용됐던 곳이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니 건물 형태는 남아있지 않았고, 벽돌 등 폐자재들만 쌓여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건물을 구성했던 자재가 일제강점기 때 사용된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이라고 설명했다. 

또 빗살무늬 결을 이루고 있는 형태의 경우 현재 옛 충남도청사 건물 자재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했다.

워낙 오래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조차 돼 있지 않다가 현재 앞 동만 올 초 등록을 마쳤다.

지역민들은 대전 철공산업의 시초가 된 곳인 만큼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대전 원도심 활성화 차원의 고민이 더 필요했다고 비판한다.

한 주민은 “이곳 뿐 만 아니라 원도심에 남아있는 많은 근대건축물들이 제대로 보존·활용되지 못하고 철거되고 있다”며 “역사적 보존가치에 대한 연구나 심도 있는 고민 없이 현행 건축법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대전역 인근에 남아있을 건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해당 건물 중간에 나무가 자라 건물 벽체를 밀고 있어 붕괴 우려가 있었다”며 “인명사고 위험이 있어 건물주에게 보수보강이나 철거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후 건물주가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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