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발병지역과 가까워
대규모 양돈단지 곳곳에
사료 공급도 발등에 불
"할 수 있는 건 소독뿐…"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7일 대전 서구 흑석동의 한 양돈농가에서 축협 방재단 직원들이 방역차량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 돼지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아직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7일 대전 서구 흑석동의 한 양돈농가에서 축협 방재단 직원들이 방역차량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 돼지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아직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추석에도 쉬지 않고 소독해왔는데 이렇게 일찍 국내에 상륙했다니 허탈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소독 밖에 없는데 우리 농장에는 발생하지 않길 바랄뿐이죠”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충남지역 양돈농가들이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도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230만 4259두(6월 기준)로 국내 사육량의 20.4%(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ASF가 발병한 경기지역과 충남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성과 보령 등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양돈단지가 밀집돼 ASF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홍성에서 돼지 350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모 씨는 국내 ASF 첫 발병에 대해 “평상시대로 소독에 주력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두려움과 허무함을 토로했다.

이어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올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일찍 발병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서 모돈부터 자돈까지 일괄적으로 사육(3000여두)하고 있는 양모 씨는 “백신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발병하면 농장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방역은 평소대로 하고 있지만 두 손 두 발을 다 든 심정이다. 정말 착잡하다”고 말했다.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공급하는 양돈농가는 이날 오전 ASF 확진으로 이틀간 일시이동중지(standstill)이 시행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억원을 들여 자체 사료화 설비를 갖추고 2000여두를 사육 중인 농장주 김모 씨는 “이동중지가 시행되면서 당장 내일 돼지에게 먹일 사료는 만들지 못하게 됐다”며 “음식물 사료화 공급도 금지하겠다고 하는데 파주에서 발병한 농장은 일반 사료를 먹였다고 한다. 역학적으로 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대책도 없이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도내에서 김 씨처럼 자체시설을 갖추거나 업체로부터 처리된 잔반을 공급받는 농가는 총 10곳이다.

이들은 ‘심각’ 단계에 접어든 위기경보가 해제되기 전까지 잔반이 농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별도의 사료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선 생산자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매일 축사 내외부 소독과 출입자 통제 등을 준수하고 돼지의 폐사나 청색증 등 의심축 발생 시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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