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되기 전부터 손님 실종 주52시간제·제2윤창호법 등 영향
가게들도 영업시간 단축 이어져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한 해장국집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사진 = 이심건 기자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한 해장국집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사진 = 이심건 기자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지난 5일 오후 10시경 직장인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대전 서구 둔산동 골목.

대전의 전통적인 핵심 상권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가게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골목 입구부터 문을 닫은 채 ‘임대’ 표지를 붙여놨거나 공사 중인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한 상가건물의 관리인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실물경기 침체에다 '제2 윤창호법'까지 겹치며 직장인 손님이 뚝 끊기면서 요즘은 밤 10시가 되기 전에도 썰렁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밤 11시경이 되자 '심야 영업'이라는 안내 간판을 내건 식당마저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식당 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퇴근시간이 빨라지자 이른 음주와 귀가를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해 밤 10시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벽 2시까지 영업했는데 지금은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야간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서구 둔산동의 시청 근처 골목처럼 심야 상권이 움츠러든 것도 그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가게 불을 밝혀주던 손님이 실종되면서 지역상권이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64.2까지 내려갔다.

3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최근 3개월간의 체감경기와 앞으로 3개월간의 경기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일반 음식점업의 경우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최저치를 찍었다.

실제 지난 5일 밤 11시 반 경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거리에서도 손님은 볼 수 없었다.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거리는 심야 상권의 상징처럼 통하며 새벽까지 손님으로 인해 들썩이던 곳이다.

6일 새벽 1시가 되자 아예 문을 닫는 업소들이 꽤 많았다.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는 호프집은 안내문이 무색하게 불이 꺼져있었다.

한 해장국집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갤러리아타임월드 근처의 한 해장국집 사장은 “늦은 시간에 오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지만 날이 갈수록 심야 적자가 커져 영업시간을 단축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영업비용이 증가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식당과 주점의 불이 일찍 꺼지면서 대리운전기사와 택시기사도 수입이 크게 줄고 있다.

대리운전 경력 6년 차라는 박모(49) 씨는 “밤 10시가 넘어가면 손님이 없어 세종이나 청주로 가는 장거리 손님을 찾고 있다”면서 “1년 전만 해도 하루에 20만원을 벌었는데 요즘엔 10만원을 겨우 번다”고 말했다.

박 씨가 보여준 대리운전기사용 휴대폰 단말기에는 둔산동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기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시청 근처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이모(63)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손님이 몰리는 '골든타임'이었는데 요즘은 밤에 손님 태우기가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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