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지속…운영비 부담 늘어 외식업자들 영업 시간 줄여

지난 5일 밤 11시 반 경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거리에서 손님은 볼 수 없었다. 사진=이심건 기자
지난 5일 밤 11시 반 경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의 거리에서 손님은 볼 수 없었다. 사진=이심건 기자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의 밤이 어두워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 불황, 주 52시간제 도입 등이 겹치면서 외식업 경기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자 자영업자들이 야간 장사를 접으면 서다.

7일 통계청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외식업의 경기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외식 수요는 줄어드는데, 업주의 운영비 부담은 커지면서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빠진 외식업 경기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64.2까지 내려갔다.

3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최근 3개월간의 체감경기와 앞으로 3개월간의 경기전망을 조사해 지수 화한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일반 음식점업의 경우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최저치를 찍었다.

통계청의 '음식점업 생산지수'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 지수는 음식점의 매출을 기반으로 작성된 서비스업 생산지수다.

지난해 93.7(2015년=100, 불변지수 기준)로 전년(97.2)보다 3.6% 하락했다. 2017년(-3.1%) 이후 2년 연속 최대 낙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와 재작년에 실질 매출이 그만큼 많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지수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 수준을 가늠해보면 13년 전인 2005년(94.2)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99.2), 2009년(98.4)보다도 좋지 않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도 한 몫했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10.9% 오르자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자 업주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가게 문을 일찍 닫기 시작한 것이다.

둔산동의 한 스크린골프장 업주는 “지금은 손님이 뜸한 밤에 영업을 하면 인건비와 전기요금도 못 건진다”면서 “차라리 문을 일찍 닫는 게 속 편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 불황, 주 52시간제 도입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카드가 지난해 8~11월 각종 식당에서 신용카드 사용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오후 9시 이후 법인카드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저녁 술자리가 줄었다는 뜻이다.

대전 서구의 한 식당 사장은 "지난해부터 저녁 손님이 감소해 올해는 마감 시각을 오후 10시로 한 시간 당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업체 120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영업시간을 줄였다는 업체는 26.4%로 집계됐다.

'제2 윤창호법' 시행도 영업시간 단축에 불을 지폈다.

특히 관공서와 사무실 등이 밀집한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매출의 감소를 피부로 느끼며 야간 장사를 접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영업시간 줄이는 게 첫째고 직원 자르는 게 둘째, 폐업하는 게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