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대전시교육청 기초학력지원 공동캠페인]
글자 통째로 지도 ‘의미중심 교수법’
음운 인식력 낮은 아동 등에 어려움
단순암기라 학습시간·노력 많이 들어

발음중심’ 자모글자-소리 관계 지도
수많은 규칙 반복학습 흥미 떨어져
실제적으로 읽기 수행할때만 효과

2015 개정 통해 절충안으로 교육
의미→발음→의미… 단점보완 효과

▲ 대전지역에서는 한글 교육을 통문자를 통한 의미중심 지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음중심 교수법을 절충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한글교육 수업을 받고 있는 현장. 대전시교육청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한글 교육을 ‘의미중심’과 ‘발음중심’ 두가지 교수법을 절충하는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 한글을 잘 가르치려면 두 가지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언문, 반절 등 속되게 부르던 말을 대신해 주시경 선생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는 한글을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슬기롭지 못한 이라도 열흘 안에 배울 수 있는 문자’라로 소개한다. 한글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표음문자이며, 낱소리 글자이다. 이는 읽기와 쓰기 학습에 있어 한글의 각 자모 글자가 나타내는 음가를 알아야 하며 그것을 조합하는 ‘원리’를 배워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달라진 한글 교육과 그 원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의미중심 한글 교수법, 글자를 ‘통째로’

의미중심 교수법은 한마디로 글자를 통째로 배우도록 지도하는 접근법이다.

낱말과 글자를 구성하는 자음·모음 글자를 명시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줄글 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히도록 하는 지도법이다. 제7차 교육과정의 한글 교육은 의미중심 교수법(또는 통글자 교육)에 근거한다. 첫째 마당은 한글 자모의 원리를 학습하고, 둘째 마당부터는 본격적인 줄글을 읽고 쓰기로 구성돼 있다. 이는 ‘총제적 언어접근법(whole language approach)’이란 이론적 배경에서 파생된 교수방법인데 아동의 읽기 발달은 아동의 언어 발달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며 읽기에 흥미를 붙이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총체적 언어접근법의 의미중심 교수는 두 가지 이유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첫 번째로, 의미중심 교수는 음운 인식력이 낮은 아동에게 적합하지 않은 방법으로 낱말 읽기 장애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 통글자 지도로 낱말 읽기 학습을 한 많은 학생은 새로운 낱말이 나오면 해독(decoding) 또는 뜯어읽기에 어려움을 보인다. 두 번째로, 의미중심 교수는 글자 그대로 단순 암기하도록 교육한다는 점이다. 한글의 소리-글자 관계의 원리를 가르치지 않고 수많은 낱말 하나하나를 마치 표의문자인 한자를 가르치듯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기억력에 소모가 많으며 결과적으로 학습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대전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의미중심 교수법은 단어 또는 문장 자체의 의미를 강조하는 방법”이라며 “친숙한 단어나 문장을 중심으로 가르치면서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가며 한글을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발음중심 한글 교수법, 자음-모음 ‘원리 중심’

발음중심 교수법(또는 파닉스)은 자모 글자와 소리의 대응 관계를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교수법이다. 파닉스는 어떤 특정 읽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글자-소리 대응 관계의 원리를 바탕으로 읽기를 지도하는 접근법을 총칭하는데 혹자는 파닉스가 영어 학습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파닉스는 표음문자를 가진 어떤 언어에서나 자모 글자와 소리 대응 관계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법이다.

발음중심 교수법에 의한 한글 교육에서는 닿소리와 홀소리 글자의 모양과 이름, 그리고 음가를 아는 것이 낱말 읽기와 철자 능력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한글에는 40개의 자모 글자가 있고, 단자음 14개, 복자음 5개, 단모음 10개, 복모음 11개의 글자로 구성돼 있다. 이 40개의 자모 글자는 한글의 초성·중성·종성을 표기하는 데 사용된다. 한글 자모 글자의 이름과 음가의 특성 중 첫 번째는 모음이 이름과 소리가 같다는 것이다. 대부분 모음과 글자의 대응은 일대일이다. 예를 들어 모음 글자 'ㅏ'는 어떤 낱말에서나 항상 /ㅏ/ 소리를 낸다. 예외로는 'ㅚ, ㅙ, ㅞ'는 /ㅚ/ 'ㅐ,ㅔ', 'ㅒ,ㅖ'가 있다.

두 번째로, 자음 글자들은 두 음절로 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자음자는 초성과 종성 소리를 표기한다. 자음 글자 이름의 첫소리는 그 글자가 초성에 사용될 때 나는 소리가 들어 있고, 자음 글자 이름의 마지막 소리는 글자가 종성에 사용될 때 나는 소리가 들어 있다. '니은'은 초성에서는 이름 '니'에서처럼 /ㄴ/소리가 나지만 종성에서는 /은/소리가 난다. 자음글자는 모음보다 글자와 소리 대응 관계를 익히기가 더 어려운 편으로 특히 종성이 까다롭다. 이렇듯 발음중심 교수법은 지나치게 파닉스의 수많은 규칙들을 지루하게 반복해서 외우게 함으로써 읽기에 대한 아동의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 파닉스 접근법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다양한 텍스트 맥락에서 실제적으로 읽기를 수행할 때에만 가치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 대전지역에서는 한글 교육을 통문자를 통한 의미중심 지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음중심 교수법을 절충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한글교육 수업을 받고 있는 현장. 대전시교육청
▲ 대전지역에서는 한글 교육을 통문자를 통한 의미중심 지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음중심 교수법을 절충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한글교육 수업을 받고 있는 현장. 대전시교육청

◆달라진 한글교육… 의미중심+발음중심 교수법 절충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한글 교육을 통문자를 통한 의미중심 지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음중심 교수법을 절충해 접근했다. 의미중심적으로 접근부터 시작해 발음중심 접근 방법을 지도하고, 다시 의미중심 접근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교과서 단원으로 제시하면 1단원은 의미중심 접근으로 나, 너, 우리 같은 친숙하고 기본적인 어휘를 통째로 제시한다. 뒤어 2~3단원에서는 자음자와 모음자를 집중 지도한다. 이후 4단원에서는 글자의 짜임을 익히고 글자를 만드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마지막 6단원에서는 '숲, 집, 밭, 강, 들' 등의 1음절 낱말을 시작으로 받침이 있는 글자를 구성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절충적 접근’은 단어 읽기 발달에서 전체→부분→전체로 단어 재인 범주가 변화하며 낱글자 중에서 자음자에 대한 인식이 모음자에 대한 인식보다 빠르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적 배경에 기초한다.

세계적 언어학자 스테판 크라센(Stephen Krashen)은 "읽음으로써 읽는 법을 배운다"라는 말을 통해 아이들을 자기 주도적인 문제 해결자로서의 독자로 길러 내려면 읽기 교육의 시초부터 '읽기를 통한 읽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닉스와 같은 글자-소리 관계의 원리 교육과 책 읽기를 통한 의미 중심의 지도는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과 수단이 확실하고 분명해야 하는데 '낱말 읽기와 철자법'의 발달을 위해서 글자-소리 관계의 원리를 명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하며 책 읽기에만 의존해서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의미중심과 발음중심 교수법의 절충적 접근으로 읽기를 통한 읽기 교육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말소리와 철자의 대응 관계를 탐색하고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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