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대전대 교수

최근 과학기술부는 연구개발인력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R&D인력교육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인력을 육성하고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이다.

물론 연구개발 분야에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기존 연구개발인력의 재교육을 통한 역량제고와 변화 대응력을 길러 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개발인력의 재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R&D인력교육원'의 설립은 지식정보사회의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셈이다.

교육원의 설립계획에 따르면 연구개발인력의 경력발전 경로를 따라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육이수자의 수요에 따라 교육목적 및 학습단계별 커리큐럼을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또 책임연구원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 맞게 연구개발인력의 핵심역량과 리더십을 길러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연구개발인력은 고학력자로서 자기 전문기술 분야에서는 고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 외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연구개발의 방향과 목표가 사회패러다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조직의 행정과 재정을 잘 알고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적어도 책임급 이상의 연구개발인력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 못지 않게 관리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연구개발인력들은 자기의 탁월한 연구실적이 관리능력이나 리더십의 부족을 메워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구나 관리능력이나 리더십이 결여된 책임자일수록 연구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개발인력들이 의도적으로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겸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인문사회를 전공한 사람이 자연과학을 섭렵하기는 어려우나 자연과학도가 인문사회학을 섭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학도들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연구개발인력들이 재교육을 통해 인문사회학적 마인드를 갖춘다면 공직에서도 고위직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아 질 것이며, 이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개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출신 선배들의 자부심 결여에도 책임이 있다.

어떤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이공계를 선택한 걸 후회하는 사람이 56%에 달하고, 70%가 자기 자녀의 이공계 진학을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 출신이 사회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인문사회계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과학기술력을 강화해 가야 한다면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핵심역량과 리더십을 길러주어 자부심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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