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충남병원선 섬마을 진료 체험

충남도내 25개 섬마을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충남병원선 501호.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11일 오전 9시. 도내 섬마을 의료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충남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 의원들과 보령 어항에서 병원선에 올랐다.

병원선은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를 길게 울리면서 힘차게 푸른 바다를 가르기 시작했다.
30분 후 원산도가 눈에 들어오고 선착장에는 10여명의 주민들이 병원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심이 낮아 선착장에 접안할 수 없는 병원선은 200m 앞에서 멈춰 섰다.

갑판에서 내려진 조그만 모터보트는 선착장에서 기다리던 환자들을 이내 태우고 왔다.

"오늘도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요. 전에 약을 지어 줬지만 도무지 신경통이 사라지지 않아…."

허리가 30도 구부러진 한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진료실에 들어섰다.

간호사 김미숙씨도 "할머니 많이 불편하시죠. 그런데 집에 누렁이 새끼 몇 마리 낳았어요?"라고 묻는 분위기에는 가족같은 친근감이 배어 있다.

관절염과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할머니의 몸 상태를 확인한 내과 전문의 정현구씨는 "할머니 몸을 차갑게 하거나 무리하게 갯벌에서 일하시면 안돼요"라며 상세하게 주의사항 몇 가지를 당부했다. 약봉투를 받은 할머니는 "매번 돈도 안 받고 늙은이 병 고쳐 주기 위해 섬까지 와 줘서 고마워"라며 손에 쥐고 있던 사탕 몇개를 건넸다.

2001년 27억원을 들여 새로 건조한 이 병원선(160t급)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4400여 섬마을 주민들에게 유일한 의료수단이다.

지난 93년 3만건이던 진료건수가 지난해 말 현재 10만건에 이르고 있으나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60세 이상 노인들이 많아 성인병, 노인성질환, 치과 등을 중점 진료하고 있다. 이 병원선에는 내과, 치과 공중보건의 2명, 간호사 3명, 의료기술자 2명 등 의료진 7명과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10명 등 모두 17명이 섬 마을 주민들의 건강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간호사 박미애씨는 "어려움은 1주일 중 6일은 바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집에 자주 못 가는 것이며, 보람은 의료혜택을 못 받는 섬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전국의 병원선 가운데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이 병원은 방사선 장치, 자동생화학분석기 등 첨단 의료시설은 물론 뱃길을 안내하는 인공위성항법장치, 수중 장애물 탐지장치, 위성송수신 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병원선은 모든 섬주민에게 각종 검사, 투약 등 모든 진료를 무료로 하고 있으며 내달 중에 한방의 1명이 충원되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장 백윤기 사무관은 "섬마을 주민들과는 이제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기가 사나울 때는 출항을 못하지만 다음에 시간을 내서 보충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가는 섬 주민들에게 이 병원선은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도시와 섬마을을 하나의 띠로 잇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원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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