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주민들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마을 초등학교가 통·폐합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전입해올 경우 입어권(入漁權)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 마을에서 입어권을 획득하려면 어촌계원으로 가입한 뒤 5년이 경과해야 하고, 300만원을 내야하기에 어민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한 셈이다. 자신들의 생계수단까지 유인책으로 내놓게 된 것은 단순히 '학교 지키기' 차원에서만 볼 게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는 마을을 되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1982년부터 추진해온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 수가 적어지면 한 교실에서 여러 학년이 함께 수업하는 '복식수업'이나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교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불가피해져 교육효과가 저하될 뿐 아니라 교원 확보, 교육예산의 효율적 활용 등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통·폐합 이후 교육의 질이 향상됐다는 호응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경제성의 잣대에 맞춰 단기간에 획일적으로 통·폐합을 진행하는 방식에 있다. 통학거리, 학교의 전통, 지역적 특성, 지역 주민의견 등 정작 교육서비스를 받아야할 수요자 입장에 대한 배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농어촌 학교는 단순히 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정신·문화적인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등이 아예 무시되고 있다. 더욱이 통·폐합 정책 발상 자체를 보면 선후가 뒤바뀌어 있음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은 '젊은층의 이농(離農) 가속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농어촌으로 인력이 회귀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비롯해 정주여건을 보장해 주는 게 선결돼야 한다. 교육서비스의 중심인 학교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오히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교육여건 개선 등 교육의 공공성 확충을 통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리 농업의 가능성과 희망은 작은 시골의 학교가 활성화되는 데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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