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석 대전시치과의사회장

 대전시민은 3월이 되면 원하던 원치 않았던 지하철을 갖게 된다.

대전 역사에 있어서 최대 공사라 할 수 있는 지하철이 서민의 발임을 자임하며 탄생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 대도시의 상징인 지하철을 가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앞으로 대전의 얼굴이 되고 문화의 척도를 가름하게 될, 어렵게 태어난 지하철을 원하지 않는다고 사생아처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 완성 된 것이니 만큼 국내 최초의 스크린 도어나 최고의 장애인 편의시설 등 시설이나 안전성 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대전에 처음 정착하는 생소한 지하철 문화에 대한 대시민 홍보나 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서울의 지옥철, 대구의 사고철과 같은 선발 주자를 그대로 따라만 간다면 우리도 전자와 같이 또 다른 오명이 붙을 것이다.

지하철이란 무쇠 덩어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이용하는 시민의 몫일 것이다.

치과에서 치료가 끝난 환자가 제일 많이 하는 질문중의 하나는 보철물을 얼마나 쓸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환자가 좋은 재료로 훌륭한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지하철도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첨단의 운용 시스템을 갖추었어도 우리 시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제2의 지옥철, 사고철이 안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지하철 건설은 당국의 몫이지만 지하의 공간을 채우는 것은, 그곳을 사용하는 시민들이 담당할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초기에 바로 잡아야 바람직하다.

새로운 문화에 잘못 적응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문화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질서의식을 교육시키고 홍보하는데 보다 많은 투자를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대전만의 문화와 역사로 꾸며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는 정부청사에 입주한 기관과 대덕 연구단지 연구원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저비용, 고부가가치의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지하철과 접목시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생명 공학을 이용해 지하식물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고 대전역에는 철도 역사박물관을 세울 수도 있고 연정국악원이 가까이 있는 서대전역에는 전통 음악이 흐르는 국악기 전시관을 만들 수도 있다.

유성역에서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온천물에 발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씻고 퇴근하는 여유로움도 가져보고 싶고, 시청역에는 벤처 광장을 만들어 대전의 자랑인 IT, BT 산업의 전시관을 만들어 세계에 알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국민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지하철 시민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질서와 핸드폰 소음, 강매 행위에 노출돼 하루를 시작하느냐, 조용한 지하철에서 하루를 계획하느냐는 전적으로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필자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 탄생하는 지하철 문화를 위해 하얀 도화지위에 아름다운 그림 그리듯 정성스런 마음으로 일조를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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