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교복가격을 둘러싸고 학부모단체와 교복업체간의 공방이 뜨겁다. 매년 신학기만 되면 재연되는 진풍경이다. 교복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업체들은 적정가격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급기야 학부모들이 특정업체의 교복에 대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학부모들이 발끈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소위 브랜드 교복 한 벌 값이 25만원 내외로 하복까지 장만하려면 5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웬만한 성인 양복 가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성장이 빠른 자녀들은 매년 교복을 구입해야하니 학부모들이 부담을 갖는 건 당연하다. 브랜드를 내세운 업체의 농간이 아니고서는 교복값이 이렇게 비쌀 수 없다.

학부모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교복시장은 유명브랜드 3~4곳과 지역 군소업체들이 경쟁하는 형식이다. 거대자본을 가진 브랜드들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는다고 한다. 일반 교복 가격이 15만원 내외로 비교적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만을 추종하는 그릇된 의식이 교복가격의 거품을 몰고 온 셈이다.

물론 교복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학부모들의 지적에 대상 업체들은 억울해 하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 등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교복 한 벌 가격이 30만 원대에 육박한다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 가격 담합여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가격부터 낮추는 게 순리다.

학부모들은 교복값이 비싸다고 탓하기에 앞서 자구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복공동구매를 통해 30~40% 싼 가격에 얼마든지 교복을 구입할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되지 않았나. 인지도에서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군소업체 제품을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인식을 전환하고 조금만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 교복값의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대기업의 교복가격도 적정가격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당국 역시 매년 반복되는 교복값 논란에 팔짱만 끼고 있을 게 아니라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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