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현직 광역·기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장밋빛 정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다. 이를 둘러싸고 본연의 행정행위라는 입장에 맞서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경쟁 후보자들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예비 후보는 정당공천을 의식한 듯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나아가서는 지역의 발전을 생각하기보다는 유권자들을 현혹시켜서라도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뒤틀린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다. 게다가 선거를 빌미로 특정집단의 이기주의까지 맞물려 정책 남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니 과연 검증된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아닌가. 결국 지방선거에 대한 불신만 날로 증폭시키고 있는 꼴이다.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 되는 현상이라고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그러진 선거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성숙한 민주시민의식도 기대할 수 없다. 이래서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네 번째 맞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도약을 기약하기 어렵다. '장밋빛 헛 공약'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기능 및 역할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못지않게 막중하다. 내 고장 살림살이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질 및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헛된 약속만 남발하는 인사가 뽑힐 경우 그 후유증은 이루 헤아릴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판단과 선택은 전적으로 주민의 몫이다. 물론 옥석을 가려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나 출마하게 될 후보군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차분히 검증해보자. 유권자들의 의식이나 안목이 종전보다는 훨씬 높아져 그나마 다행스럽다. 예비 후보자들도 이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즉흥적 공약이 아니라 목표와 로드맵, 재정적 근거, 검증시스템 등을 갖춘 매니페스토(manifesto) 개념의 공약을 제시하길 당부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공정한 게임을 바탕으로 선진 선거문화로 한발 더 다가서는 '전기(轉機)'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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