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개관예정인 천안박물관이 당초 목표했던 소장유물 중 이미 82%를 확보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확보유물을 보면 구입유물과 천안문화원 소장유물 일색인 반면 기증품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흠이다. 그래도 박물관 착공 후 불과 70여일이라는 단기간 동안 많은 유물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업적 과시용' 사업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 및 문화·관광 인프라 확립의 모태로 삼으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천안시 문화적 성숙의 지표로 삼을 만하다.

천안시는 선사시대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채워져 있다. 국보 3점 등 100여점의 유형문화재가 산적해 있는 데다 우리민족의 저력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국민교육의 도량 '독립기념관'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지역 문화의 깊이와 특성을 읽을 수 있다. 다만 급성장하고 있는 대다수 도시와 마찬가지로 천안시 역시 '문화도시'를 자임하기에 충분한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다소 등한시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천안박물관은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모멘트'로 활용돼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천안박물관을 어떻게 특화시켜서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여타 시·군의 고만고만한 박물관은 물론이거니와 인접한 독립기념관과도 분명히 차별화된 문화콘텐츠 공간이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장 유물 확보뿐만 아니라 질(質) 담보에도 주안점을 둬야 한다.

잇따른 개발로 지역에서 발굴한 문화재와 개인의 소장품 등을 활용하고, 여기에 참신한 기획과 이벤트 등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된다면 천안박물관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명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안박물관과 천안지역 내 각종 문화유산 및 독립기념관, 더 나아가 온양민속박물관 등 인접 시·군과 연계한 '패키지' 형태의 운영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천안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천안시는 지역은 물론 전국의 주목받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차근히 준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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