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과잉홍보'에 주민들 짜증

 국회의원들이 합법적인 의정활동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의정보고서가 자신들의 '낯내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해당 지역의 숙원 사업이 해결될 때마다 의정보고서를 제작·배포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치 국회의원 자신이 모든 일을 해낸 것처럼 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배부하는 의정보고서에 "주민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oooo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국회의원 △△△가 이뤄낸 성과"라는 등의 공치사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장기 계획에 따라 반영한 예산마저도 자신의 노력으로 따낸 것처럼 홍보하는가 하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자치단체 등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해낸 성과인양 호들갑떠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에 따라 이들 의정보고서를 받아 본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치적만 나열하는 이 같은 의정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쑤셔 넣기 일쑤이며, 일부 주민들은 폐지(廢紙)로 처리하기조차 곤란하다며 씁쓸해 하고 있다.

실제, 충북도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확정만 보더라도, 청주·청원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인데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의원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자신의 유리한 지역에만 배부하고, 자신의 선거구인 데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곳은 배부조차 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진천·음성·괴산·증평)은 지난해 말 충북 혁신도시 입지가 진천·음성으로 결정된 직후, 진천·음성 일대에만 '김종률 의원의 혁신도시 유치 의정보고서' 1000여 부를 배부했다.

하지만, 혁신도시 입지에서 배제된 괴산·증평은 '왜 입지에 포함되지 않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의정보고서를 배부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괴산·증평 주민들은 "혁신도시에서 탈락한 지역에 와서 주민들을 위로는 하지 못할망정, 이렇다할 설명 한번 하지 않고, 진천·음성지역에는 공적을 늘어놓은 의정보고서를 배부했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다"며 크게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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