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혁 충남도청이전추진위원장

 해마다 설날이 지난 뒤 15일째 되는 날을 일컬어 대보름날이라 한다. 해가 바뀌고 첫 번째로 맞이하는 둥근 달이 뜨는 날이라는 뜻이다.

한달이 30일 안팎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초하루를 삭(朔)이라 하고 15일을 보름(望)이라 한다.

따라서 정월 15일은 대망일(大望日)인 것이다.

초하루에는 미인의 눈썹과 같은 초생달(朔月)이 뜨고 보름에는 쟁반 같이 둥근 만월(滿月)이 뜬다.

만월을 보름달이라 이야기할 때 망월(望月)이라 한다.

초하루 이전 달빛이 없는 기간을 금음(晦)라고 한다.

그래서 예부터 1일과 15일을 삭망(朔望)이라 일컫고 보름과 금음을 망회(望晦)라 하였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3년간 1일과 15일에 올리는 제사를 삭망제(朔望祭)라 한다.

그런데 왜 정월 보름날 밤에 뜨는 달을 온 국민들이 마음 즐거워하는 축제분위기 속에서 맞이하려는 것인가?

그것은 새해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만월(滿月)로부터 풍기는 길상의 징조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저마다 좀 더 높은 동산에 올라 횃불을 휘두르며 망월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온 마을 사람들에게 외쳐서 알리는 한편 망월을 향해 큰절을 거듭하며 온갖 소망의 성취를 기원한다.

이와 같은 달맞이 행사는 어느 누구도 탓하는 이가 없다.

왜냐하면 모두의 축복을 기원하는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문화 풍토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대보름날은 2월 12일이다. 이날은 200만 충남도민의 숙원이었던 도청 이전 예정지가 확정·발표된 날이다.

지난해 9월 20일 도청 이전 추진위원회가 출범해 145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대망의 보름달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우리 모두는 횃불을 높이 들고 내일의 계획을 이루어가기 위한 보조(步調)를 맞추어 나갈 단계에 들어섰다.

돌이켜 보면 16개 시·군에서 각기 내 고장 가까운 곳으로 도청이 이전되기를 희망해 왔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옮겨가야 할 도청은 하나 뿐이라는 데서 우리는 서로가 고민했던 것이다.

우리들이 누구나 어려서 즐겨 읽던 천자문에서 보면 하이일체(遐邇壹體)라는 말이 나온다.

멀리 있던 가까이 있던 그것은 하나라는 뜻이다.

보름달은 하나이지만 그 달을 바라보는 전 인류 중의 한사람 한사람은 그 달이 자기에게 가장 가까이 떠 있다는 느낌 속에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며 글도 써서 남긴다.

따라서 보름달이 나만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 타향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고향에 사연을 전해 달라고 달에게 속삭이기도 한다.

특히 보름달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그 영롱한 빛을 보내주지 않는 곳이 없다.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두보(杜甫)는 "고향 생각에 잠겨 달빛을 밟으며 거닐다가 밤하늘 아래 멍하니 서 있었다"는 시를 남겼으니 그것이 곧 사가보월청소립(思家步月淸宵立)이라는 구절이다.

그리고 북만주 송화강 일대를 누비며 독립운동을 하시던 선열들께서는 백두산 줄기를 타고 흐르는 송화강이나 압록강과 두만강 모두가 같은 핏줄로 이어져 있다는 뜻에서 "산은 형이요 물은 아우이기에 같은 피가 흐른다"고 하며 산형수제혈동류(山兄水弟血同流)라는 시귀(詩句)를 애송했었다고 한다.

충렬의 고장으로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는 충남인(忠南人)으로서는 우리 고장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기 위한 중요한 기점(起點)에 서서 선열들의 애송 시귀를 한번쯤 음미해 봄직하다.

왜냐하면 16개 시·군의 수려한 산하를 산형수제(山兄水弟)의 정감으로 마음 속에 심회(心懷)시켜 갈 수 있을 때 충남인의 애향심과 인화력은 그만큼 커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충남도청은 결코 도민 여러분과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보름달처럼 도민 한사람 한사람과 정서적으로 함께 있다는 인식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달을 멀리 할지언정 달은 사람을 외면하지 않듯이 도청은 결코 도민을 외면할리 없다.

왜냐하면 인류에게 있어서 보름달처럼, 도청은 200만 도민에게 있어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도정(道政)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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