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논설위원

 지난주 2006학년도 대학 신입생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대학과 수험생 가족은 일제히 긴장상태에 돌입하였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등록할 것이며 이탈자, 결원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을 확보하기 위하여 합격자 발표를 앞당기는 등 신경전을 벌이지만 최종 등록자가 확정은 2월 하순이고 일부대학의 경우 3월초 새학기가 시작뒤까지 이어지니 혼란은 나날이 더해간다.

대학광고의 虛와 實

광복이후 스무차례 가까이 손질해 누더기가 된 대입제도는 이제 수시모집, 정시 가-나-다군 복수지원으로 최종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비교적 교육 소비자인 수험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듯하나 그 부작용과 폐해는 실로 크다. A대학에 등록했다가 B대학에 결원이 생기면 A대학에서 환불받아 B대학을 찾는가하면 C대학으로 가기도 한다. 자신의 전공을 연마하고 미래의 삶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고등교육기관 선택이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없이 바꾸듯 대학을 선택하게 한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실용주의, 사회적 인식과 수입 등과 연결된 대학선택은 우리나라 대학에 개설된 2,000개 가까운 전공 가운데 불과 십 여개 소위 인기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면하는 기형적인 풍조 역시 한 몫 거든다. 진학인구를 훨씬 웃도는 대학정원도 그러할진대 각 대학들이 광고홍보에 들이는 노력과 물량 역시 점차 늘어만간다. 그러나 정작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있어 대학측이 제공하는 광고에 영향받는 경우가 극히 미미한 실정에서 대학광고로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소구(訴求)효과는 미미하다. 격조있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이념과 인재양성 방안은 도외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진실성이 의심되는 문구로 점철된 대학광고는 초라해 보인다.

젊은 세대 감수성에 호소한다고 뮤직 비디오 형식의 알맹이 없는 대학광고가 영화관과 공중파 방송에 범람하는 현실이 오늘날 대학 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 대학의 교육특성은 무엇이고 어떤 교수들이 어떠한 교육으로 여하한 목표를 겨냥할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진솔한 광고는 찾기 어렵다. 대학의 불안이 물량적인 광고행위로 이어지면서 제살깎기 경쟁은 거세어 진다.?

대학을 찾아가 보자

지난주부터 다음 주까지 수험생과 학보모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어느 대학을 선택할까. 향후 40년을 담보할 4년의 대학생활을 믿고 맡길만한 대학을 어떻게 고를까. 대학은 무엇에 호소하여 학생들을 끌어 들일 것인가. 우선 그간 이러저러한 비리로 세간의 지탄을 받았던 대학에는 보다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부정과 전횡을 일삼았던 재단측이 물러가고 관선이사 등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호시탐탐 재탈환을 노리는 재단측의 집요한 공작과 학교에 남은 수구세력의 발호로 혁신을 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이는 반응도 유효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둘째 대학광고에 필요이상의 예산을 투여하거나 누가 보아도 터무니 없는 내용을 버젓이 내세우는 대학은 운영이나 학사업무에서도 허황되기 쉽다. 등록금 이외 수입이 전무한 실정에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거나 사탕발림으로 장학금, 선물 공세를 펴고 진실성이 의심되는 취업률 광고를 앞세우는 대학이 그러하다.

대학교육의 요체는 비전 있는 리더, 우수한 교수진과 전문성을 지닌 행정 스탭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과 환경 그리고 재학생들의 자부심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인터넷이나 입소문보다는 직접 해당 대학을 방문하시기 바란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직감적 인상과 분위기가 정확한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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